건축사가 설계도면 작성과 변경을 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보조기 둥 바닥의 볼트를 4개에서 2개로 줄인 것도 지적됐다. 서울 소재 건축구조기술사가 설계구조도면과 구조계산서를 확인하지 않고 영천 소재 철구조물 제작 업체에서 임의로 확인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언제나 졸속·편법이 사고를 만든다. 시공과정에서 주기둥과 앵커볼트를 연결한 뒤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로 시공해야 함에도 시멘트로 덮어 앵커볼트와 주기둥 하부구조 부실이 발생했고, 부실자재 사용 등 건축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수사당국은 설계, 시공, 감리 등 관련자들을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이들에 대한 선처를 당부하기도 했다. 고 김진솔(20·태국어과)씨의 아버지 김판수(53)씨는 합동영결식에서 유족 대표로 추도사를 하면서 “우리도 모든 원망과 슬픔을 내려놓을 터이니 너희들도 모든 사람들을 용서해주기 바란다”고 했으며, 부산외대는 추모의 의미로 사망자 결원을 보충하지 않기로 했다. 고 박주현(19·비즈니스일본어과)양의 아버지 박규생(52)씨는 경주경찰서를 찾아가 “저희 가족이 바라는 것은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라면서 법의 범위내에서 관련자들을 관대히 처벌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규생씨는 부산외대 총장을 찾아가 1004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딸의 세례명이`치유의 천사 라파엘`이라며 기부약정서에 기부자 이름을 `천사 박주현`이라 적었다. 또 박씨는 딸이 졸업한 부산 덕문여고와 다녔던 성당에 각각 1004만 원씩을 기부했다.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 것이다. 딸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지만 그 이름만은 아름답게 이 세상에 남기를 염원하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고 고혜륜(19·아럽어과)양의 아버지 고계석씨도 부산외대에 장학금 기부의사를 밝혔다. 고씨는 “보상금 일부는 장학금으로, 나머지는 혜륜의 뜻에 따라 제3세계 교육시설 건립에 쓰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재앙을 딛고 피어난 용서와 사랑의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