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길은 극히 좁다. 범인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 중국 등지에 근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찰과의 공조가 없으면 검거가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의 정신과적 치료를 맡아줄 사회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가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체포되기도 하는데, 그들에 대한 처벌은 벌금형에 불과하다. 단순 사기범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그들은 날개를 달고 있는데, 법체계는 한가롭기만 하다. 돈을 잃은데다가 정신적 피해로 고통받고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정상적인 생활도 어려워지고, 피해를 구제받을 길도 없고, 범죄자들이 잘 잡히지도 않아 분통이 더 터지는 피해자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당하는 사람이 어리석지”란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처벌법을 강화하고 전문 수사기능을 확립하는 한편 보이스피싱을 막아준 금융기관 직원들에 대한 보상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월 포항축산농협에 근무하는 여직원 박지영(35)씨는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한 고객이 불안한 모습으로 들어설 때부터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인 것을 알고, 고객이 입금하려던 계좌에 대해 입·출금 정지 조치를 취하고, `아들의 납치`가 거짓임을 확인시켜주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금융기관과 경찰의 공조가 긴요한 지금이다.
최근에는 안동시 태화새마을금고에 근무하는 임수남(35·여) 과장도 한 할머니의 피해를 막아주었다. 휴대전화를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돈을 인출하려는 할머니에게 전화금융사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안심시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감사장과 소정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또 스탠다드치타드은행 안동지점 권경미(41·여) 차장도 한 고객이 적금을 해약하고 돈을 보내려 하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이를 막았다. 경찰은 권 차장에게 감사장과 부상을 전달했다.
이같은 창구 여직원들의 공로는 실로 적지않다. 이들은 `사회적 테러`를 막은 것이다. 사회가 이들의 공로에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방어 보상금 제도`를 마련해서 튼튼한 방어벽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