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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박물관 `천마총 특별전`

등록일 2014-03-20 02:01 게재일 2014-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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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발굴된 천마총 유물들이 41년만에 그 전모를 드러냈다. 그 중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 4점은 매우 특별하다. 이번 전시품은 모두 136건 1천600점인데, 그 중에서 흰 천마가 그려진 금동판도 관심을 끈다. 대나무를 잘개 쪼개 엮은 판 위에 금동판을 붙인 말다래인데, 사람이 말을 탈때 다리에 튀어오르는 흙먼지를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발굴 당시에는 녹이 너무 슬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고, 복원기술도 미흡해서 `더 이상 상하지 않도록` 보존실에 넣어두었다가 최근 적외선 촬영 등 기술 발전에 힘 입어 복원했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는 국보 제207호로 지정돼 있고, 이것도 승마자의 두 다리를 보호하는 말다래인데, 이번 특별전에 한쌍이 나왔다. 그리고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 두 점도 처음 공개되는데, 하나는 상서(祥瑞)러운 새를 그린 서조문(瑞鳥紋)이고, 하나는 흰 물감으로 그린 기마인물상이다. 이렇게 4점이 백화수피(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그림이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모나리자`가 버드나무판에 그려진 인물화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버드나무와 자작나무는 생김새가 비슷하고 항생제 성분도 있어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라인들도 알았던 것이다.

자작나무에는 `기름샘`이 있어서 물에 젖어도 불이 잘 붙는다. 또 불에 탈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특히 껍질은 수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천마총은 5세기 말 소지왕릉이거나 6세기 초 지증왕릉으로 추정되는데, 1천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습기 찬 흙에 묻혀 있어도 말짱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종이가 없던 옛시절에는 자작나무 껍질에 불상을 그리고, 불경을 적었으며, 북극권 슬라브족들은 “인간을 위해 신이 준 선물”이라며 집 주위에 심는다. 시경(詩經)에는 자작나무가 자주 나오는데, 특히 남녀 사랑을 읊은 시에 잘 등장한다. 피부 하얀 미인, 변함 없는 사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조문 채화판`이나 `기마인물상`은 말다래와 달리 햇볕을 가리는 모자 챙이나 말장식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 놓였던 부장품 궤짝 안에서 발견되었고, 이번에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보존처리를 위해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발굴품들을 이번에 처음 내놓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발굴한 것을 재발굴하는 전시”라고 했다. 녹과 세월의 때 속에 숨어 있던 옛모습이 보존처리를 통해 비로소 맨얼굴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역사를 아는 것은 우리민족의 위대함을 아는 일이다. 천마총 유물들과 신라역사관을 돌아보며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역사를 가진 민족인지를 재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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