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헤이그 정상회의는 두 가지 점에서 맥빠진 회의였고, 세계인의 관심을 그리 끌지도 못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흡수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국회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방재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당시에는 핵강대국이었다. 대륙간탄도탄(ICBM)급 전략핵 미사일 176개를 포함해 1000개의 핵탄두가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5대 핵보유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양해각서를 채결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당했을 때 그 각서는 아무 소용 없었다. 각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고 `정치적 약속`일 뿐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핵무기 포기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동부 침공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대처할 수단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는 북한으로 하여금 “그것 봐라. 우리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말할 명분을 주었으며,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제인 `북핵문제`를 김빠지게 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국회가 `핵방호법`을 통과시키지 않아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핵테러억제협약` 등에 대한 비준과 발효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 협약을 뒷받침할 `핵방호법`을 국회를 통과시키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법 때문에 야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될 수 없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과 한 세트로 처리하자고 주장하며 120개 법안들이 주저앉은 것이다. 직전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를 향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으니,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 대통령의 연설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야당은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에 흠집을 내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실상은 자신들의 위상에 흠집으로 남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신당의 지지도가 자꾸 내려가는데도 그 이유를 모르겠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