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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 거짓말이 문제다

등록일 2014-03-28 02:01 게재일 2014-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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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KCC건설이 아파트 공사를 위해 설치한 펜스로 인해 양학산 등산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펜스가 인도를 크게 잠식하고 있어서 등산객들은 도로를 걷게 되는데, 공사 차량이 빈번히 드나들고 있어서 사고위험도 크다. 더 한심한 것은 이 좁아진 인도 가운데에 전신주까지 서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펜스로 좁아지고 게다가 전신주까지 서 있으니 등산객들은 차도로 내려설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 도로에는 공사 차량이 무시로 다닌다. 이같은 펜스와 전신주 설치를 차례로 허가한 포항시행정이 문제다. 어째서 이런 행정을 했는지 아연실색할 지경인데, 시의 변명이 또한 가관이다.

포항시가 내준 인도 일시 점용허가로 인해 1m50cm 가량의 인도공간이 1m도 채 되지 않게 좁아졌는데, 그 인도 중간에 전신주 설치 허가까지 내주고도 무슨 할말이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해서 현장행정을 강조하는 지금인데, 포항시는 현장행정에 뜻이 없고 탁상행정만 고집하는 모양새다. 현장에 한 번만 와봤다면 하루 수백명이 이용하는 이 등산로 입구의 인도를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길`로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학산은 도심의 야산으로 포항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 명소인데,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포항시의 주먹구구 탁상행정을 소리 높여 비난하는 것이다. “시민은 안중에 없고, 업체와 공기업만 눈에 보이느냐”는 비난이다.

그런데 더 가소로운 것은 포항시 관계자들의 거짓말이다. 어떻게 하든 궁지를 모면해보려고 어거지로 말을 둘러대는 행태는 시행정에 대한 불신감만 부추길 뿐이다. 시는 “12월5일 현장 확인 결과 시공사가 펜스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로 인도의 공간이 비교적 넓어 한전에 인도 점용허가권을 내준 것”이라며 펜스 설치 전에 전신주 설치 허가를 내준 것이라 하면서, 허가 당시에 찍은 사진을 본사에 보내왔다. 사진에는 분명 펜스가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가짜 사진임이 금방 들통났다. 12월 겨울에 찍었다는 사진인데, 주변의 나무잎들이 푸른색으로 무성한 것으로 보아 여름 무렵의 풍경이 분명했다. 본사가 사진의 진실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자 시 관계자는 “12월에 촬영한 사진은 아니다”라고 거짓을 시인했다고 한다.

행정행위의 실책보다 더 나쁜 것이 공무원의 거짓말이다. 닉슨 미국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난 것은 `도청`이라는 불법행위 때문이 아니라`도청한 사실이 없었다`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내부 고발자와 한 언론기관이 용기있게 싸워 `대통령의 거짓말`을 밝혀냈고, 닉슨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하야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그만큼 죄질이 무겁다. 포항시가 현장행정에 소홀한 것도 실책이지만 거짓말은 더 엄중히 문책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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