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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과 그 보완책들

등록일 2014-04-03 02:01 게재일 2014-04-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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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행정학회가 전국 지자체장 협의회와 지방의회 협의회의 의뢰로 정당공천제 존폐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폐지`쪽에 무게가 실렸다. 국회의원, 전문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656명에게 물었더니 72.6%가 “폐지가 맞다”고 했다. 그 중 전문가는 83.8%, 지방의원은 71%, 국회의원은 45.6%였다. 행정학자 등 전문가가 가장 많이 폐지를 주장하고, 국회의원은 절반 이상이 `존속`에 손을 들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공천제가 역시 `여의주`나 `손오공의 여의봉`임을 입증한 결과였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지방자치가 중앙에 예속되면 이미 지방자치가 아니다”“지방행정은 중앙정치와 다르다”“공천 때문에 비리가 잦다”등이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국회의원이 부리기 좋은 사람을 공천한다. 지역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인물이 기초의원이 되게 만드는 공천제는 없애야 한다”고 했다. “정당공천제가 없어지면, 장례식장에서 신발 정리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국회의원의 몸종 노릇을 잘 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사사건건 지방행정에 간섭하면, 지방자치는 껍데기만 남는다.

정당공천제가 `제대로만 된다면`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천은 `걸러주는 장치`가 된다. 후보자들이 마구 난립하면 속된 말로 어중이떠중이가 모두 지방의원이 되겠다고 나선다. 심지어 조폭 비슷한 인물이 인지도를 앞세워서 혹은 `초상집 신발 정리 잘 해주고 인지도 높여서` 당선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래서 당초 함량미달을 걸러주어서 유권자의 선택을 손쉽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을 가려내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한다면 굳이 공천제 폐지를 주장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理想)이 그리 부합하지 못하니 말썽이다.

여기서 보완책이 다각도로 논의된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연수를 통해 검증받은 인물만 후보 공천을 받도록 하자” “중앙선관위가 `지방행정 아카데미`를 만들고 각 정당은 여기를 이수하는 것을 공천의 기본 요건으로 삼자” “반드시 복수공천으로 해서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자” “지방선거때 공천제 찬성 혹은 반대 투표를 함께 실시해 실제 다음 선거에서 적용해보는 등 선택권을 유권자에게 주어보자” 등 다양하게 나온다.

그 중에서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방안이 `복수공천제`이다. 6·4지방선거가 2개월 남은 이 시점에서 정당이 결심만 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 복수공천제이기 때문이다.

장점만 잘 살리고, 점진적으로 보완책을 채택하고, 언론과 시민의 비리에 대한 감시 고발이 활성화된다면, 공천제도 그리 나쁘지 않다. 복수공천제를 법제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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