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과의 전쟁`은 너무 힘겹다. 그래서 일본은 일찍 포기했지만 우리나라는 “소나무는 민족의 나무”라고 해서 애써 겨루고 있다. 포항은 경북의 감염목 중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재선충이 포항지역에 집중적으로 덤빈 것인지, 포항시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인지는 몰라도 `길목을 선점한 방재가 아니라 뒤쫓아가는 뒷북방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해 10월까지 조사된 1차 고사목 외에 2차 고사목이 5만5천 그루가 추가됐으며, 추가된 감염목에 대한 조치는 `다음 방제 계획`이 세워질때까지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표시된 감염목 바로 옆에 표시되지 않은 감염목이 있어도 `계획`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두는 식이어서 `감염과 방제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법규정만 따지는 경직된 행정의 결과다. 재선충은 날아다니는데 방제행정은 기어간다면, 이것은 결국 예산만 낭비할 뿐 재선충과의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포항시 관계자는 “4월이 지나 재선충이 활동하는 6~8월에는 항공·지상 방제로 매개충을 죽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면서 “100% 방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2017년까지 피해수준을 현재의 10% 이하가 목표”라고 했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완전히 박멸할 방법이 없는가. 항공방제는 벌 나비 같은 익충까지 잡으니, 문제는 심각하다. 소나무를 너무 많이 심는 일을 재고해야 한다.
울릉군이 지난해 독도경비대 정화조 부근에 사철나무 등 4천본을 심었는데 본지 기자가 현지를 답사해봤더니 전부 말라죽어 있었다고 한다. 독도에는 심한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쳐 해풍을 막아주는 보호장치가 없으면 뿌리가 뽑히거나 말라 죽는데, 그런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식목을 했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식목 당시 정장호 푸른 울릉·독도가꾸기 회장은 “묘목 생산기반을 바람 없는 태하리에 조성할 것이 아니라 독도와 비슷한 환경인 바람이 심한 해안에 조성하고 거기서 살아 남은 묘목을 복토해 식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충고를 무시했던 모양이다.
포항 호미수회는 강풍으로 유명한 구만리 해안에 해송을 심어 성공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망을 설치한 결과였다. 이 간단한 방법을 왜 독도에 활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로 81번 길은 완공한지 10년이 됐고, 가로수를 심을 공간도 마련해두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무를 심지 않고 있다. 가로수는 가로등 설치때 함께 식재해야 하는데, 10년씩이나 방치하고 있다. 시 녹지과는 도로과에, 시는 구청에, 북구청 건축지적과는 건설교통과에, 건설교통과는 도시녹지과에, 거기서는 또 읍사무소에, 읍사무소는 도시녹지과나 도로과에 책임을 떠넘긴다. 이것이 우리나라 핑퐁행정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