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벚꽃단지가 김유신 장군 묘역으로 가는 도로 400m이다. 이곳은 도로 옆으로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자라 그대로 `꽃 터널`이 돼 있다. 그래서 그 터널을 걷는 흥취를 만끽하려는 경주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차량 통행이 드문 야간에 이곳을 즐겨 찾기도 한다. 아마 전국에서 벚꽃의 정취를 여기 만큼 흡족히 누릴 곳은 없을 것이다. “극락 정원의 한 곳을 거니는 듯하다”는 소감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이 400m의 꽃터널이 원망의 표적으로 돌변했다.
이곳이 벚꽃축제장이 되면서 사람과 차량들이 북새통을 이뤄 인근 주민들과 학교가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이 심한데, 시에서는 주차시설이나 차량 유도에 손을 놓고 있다. 그래서 학원 가는 학생들은 지각하기 예사이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심한 불편을 호소한다. 축제장에 설치해놓은 대형 앰프에서 터져나오는 소음 때문에 인근 경주여중은 수업에 지장을 받는다. 벚꽃축제라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야 할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고 짜증난다면 이것은 축제라 할 수 없다.
더 한심한 것은 노점상 40명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0일간 총 62개의 부스를 설치했는데, 그것도 사람이 다니는 인도를 점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는 불법노점상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기껏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고, 부스 당 2만6천800원이라는 명목상의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람 다니는 인도를 상인들이 차지하니 관광객들은 찻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차량들은 사람에 막히고 차량들에 막혀서 통행이 되지 않는다. 김유신 장군이 지하에서 한숨을 쉴 일이다.
벚꽃철이 되면 경주에서는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남녀 고교생 구간마라톤대회에 이어 동아마라톤대회도 있고, 각종 문화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마라톤대회는 교통체증을 반드시 동반하므로 경주시내의 도로는 `짜증도로`가 된다. 한번 경주에 왔다가 길이 막혀서 고생을 해본 관광객들은 “두번 다시 북새통 지역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할 것이다. 시는 무엇보다 교통문제 해결에 행정력을 모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