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법은 선진국의 법과는 많이 다르다. 미국 같으면 이런 어린이 살해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징역 100년 같은 중형으로 영구히 인간사회와 격리시킨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계모에 상해치사혐의로 고작 징역 20년을, 폭행에 가담한 생부에게는 7년을 구형했다. 이런 사건이 중세 유럽에서 일어났다면, 계모는 마녀로 화형을 당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이 이렇게 가해자에게 관대하니 아동학대가 그치지 않는다.
계모는 8살 딸이 숨지자 그 혐의를 12살 딸에게 뒤집어 씌웠다. “인형을 뺏기 위해 발로 차서 동생을 숨지게 했다”는 진술을 하도록 계모와 생부는 강요했던 것이다. 평소 계모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하고 `충성경쟁`훈련까지 받은 언니는 두려운 마음에 시키는대로 진술했다. 검찰은 그대로 기소했지만, 변호인단은 언니에 대해 심리치료를 한 후 `진실`을 듣게 되었다. 자신의 살인죄를 어린 딸에게 뒤집어씌운 부모라면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이다. 지속적인 학대에 의해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힌 어린 소녀는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으로 `시키는대로` 말했을 것이다.
12살 언니는 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데, 스케치북에 쓴 낙서를 보면 절망적인 심리상태가 그대로 나타난다. “죽고 싶다”란 말이 여러번 나오고,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란 글도 있다. 낙서장에는 마구 휘저은 그림들도 난잡하게 그려져 있다. 영남대 유아교육학과 이현진 교수는 “글자와 선들이 거칠게 그어진 것으로 볼 때 아이가 심히 불안해 하고 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그림 등은 자해할 수 있는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와 고모 등 유족들은 상해치사죄 적용은 터무니 없다는 의견을 냈고, 국민의 법감정도 20년 구형은 너무 가볍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같다. 어린이를 지키지 못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병든 사회라고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울산에서도 계모가 어린 딸아이를 때려 갈비뼈 16대와 다리뼈를 골절시켜 사망케한 사건이 있었는데, 울산의 검찰은 살인죄를 적용했다. 두 사건 다 11일에 1심 선고공판이 있는데, 교활하고 잔인한 악녀를 국민의 법정서에 어긋나지 않게 처벌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