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6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의 대출금을 한국장학재단이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면 기금 측이 소득수준에 따라 원금의 30~50% 감면(기초생활보호대상자 70%) 혜택을 주는 관련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출범 1년이 넘은 국민행복기금은 4천200여 개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100여만명의 부실채권 10조3천억원을 인수했는데,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선 한국장학재단법에 근거 규정이 신설돼야 지원할 수 있다. 이 법안도 야당의 요구사항과 정부의 재정 여건 등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표류중이다.
국회의 느긋하고 한가한 자세는 이것뿐만 아니다. 정부는 규제를 화급히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며 서두르고 있지만 국회는 한가롭기만 하다. 규제개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는데, 국회에 방치된 정부 발의 규제개혁 법안이 67개나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18대 국회에 제출된 규제완화법안이 102건인데, 그 중 67건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 또는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데에는 정부의 소극적 태도도 한 몫을 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의 엄령이 있기는 하지만 `은근히` 정부규제가 폐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치정보산업`은 그 시장규모가 올해 82억6천여만 달러로 급성장 중이지만 우리 기업들은 진입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법안도 19대 국회때 발의되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논의된 바 없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2012년 7월에 내놓은 `서비스산업 발전법`도 같은 처지다.
이한구 의원이 지난해 9월 “국회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하게 되면 사전에 규제영향평가를 하자”는 취지로 발의된`이한구법`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규제개혁 붐이 일어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회가 6·4지방선거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다면 국회는 점점 국민의 신뢰에서 멀어질 것이다. 국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하는` 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