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선진국형 법체계를 가져야 한다. 미국은 아동 학대 치사에 1급살인죄를 적용한다. 2002년 뉴멕시코주에서 생후 5개월 된 아기가 부모에 학대를 당하다가 숨졌다. 그때 가해자들이 낮은 형을 선고받자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형량을 `최소 30년 징역`으로 높였다. 또 지난해 3살배기 여자 아이를 담뱃불로 지지고 머리를 때리는 등 학대하다 숨지게 한 계부에게 미국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은 아동 학대 살해범의 천국”이란 소리를 듣는 이유다.
우리나라 형법은 유교적이다. 존속살해범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 엄히 처벌하지만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특별 조항이 없다. 일반 폭행치사나 과실치사 정도로만 보는데, 부모에 대한 폭행은 큰 죄이고, 자식에 대한 폭행은 훈육으로 간주하는 가부장적 전통이 법체계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런 사고방식은 `양형기준`에도 반영된다. 현행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더라도 법정형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데, 법원의 양형기준은 10년6월을 상한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울산의 계모에게는 15년을, 칠곡에서는 10년을 선고하면서, 법원은 “그것도 가중처벌”이라 주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적 법체계는 항상 국민의 법감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인터넷 온라인이 법원에 대한 비난으로 마비될 지경이고,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말도 안 된다”며 성토하고, 선고가 있던 날 법원 앞에는 `사형`이라 쓴 쪽지를 든 시민들이 운집했다. 법이 `상식`을 벗어나면 그것은 이미 `독단`이다. 국민의 소리는 `상식 수준`이다. 그 상식을 거역하는 것은 오만이고, 독선이다. 법치의 선진국인 미국 영국도 국민의 법감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어린이 살해범에 대한 형량을 크게 올렸다.
아이를 지속적으로 폭행 학대하면 그 아이는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그 정신적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면서 자칫 반사회적 성격장애인이 되거나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어린 영혼을 이렇게 병들게 한 죄도 무거운데 살해까지 했는데, 왜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