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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은 관광가이드가 아니다

등록일 2014-04-15 02:01 게재일 2014-04-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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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최근 재외공관장 격려 만찬자리에서“재외공관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오는 정치인들이나 유력 인사들의 편의 제공과 일정 수행 등에 열중하는 비정상적인 업무 행태는 이제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국익을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재외 국민과 동포들의 삶을 보살피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겠느냐”면서 “그런 일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기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이 세계 어디에 있든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재외공관이 든든한 보호자가 돼 줘야 한다”면서 재외 동포 지원, 일자리 창출과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경제외교 역량 극대화도 주문했다.

지금은 국경개념이 흐려지고 `경제영토`란 말이 일반화됐다. FTA를 체결하면 `경제적 국경`이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각국과 활발히 FTA를 체결하고 있다. 이웃 나라들은 “한국의 경제영토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며 부러움 반 질시 반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일이 바로 재외공관원들이 수행하는 경제외교다.

이번에 대통령이 일침을 가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해외여행시 공관원들이 관광가이드처럼 수발을 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공무상 해외여행을 할 경우 공관이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고, 업무 지침에도 있는 일이다. `국회의원 해외여행시 예우에 관한 지침`은 현지 공관이 의원들에게 공식 일정 주선, 현지 교통 편의 제공 등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일정`이란 것이 공무(公務)라기 보다는 `관광`이 대부분이고, 특히 관광시즌에는 의원들의 방문이 몰리기 때문에 공관원들이 시간과 일손을 다 뺏긴다는 점이 문제다.

공관원들 중에는 “외교관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관광가이드가 된 느낌”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명목은 경제협력이지만 산업·문화시설 시찰은 없고, 관광과 쇼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리에 어두워서 제대로 안내를 못하면 호통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열흘 일정 내내 공관 차량을 자가용처럼 타고 다녔다. 통역사 구실도 해야 한다. 정치권이 대선때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선거때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라는 불평도 나왔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제 과거처럼 의원들이 견문을 넓히는 방식의 의원외교 시대는 끝났다. 정부외교, 민간외교와 함께 의원외교는 외교의 3대 축인데, 의원외교를 제대로 하려면 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공관원을 앞세워서 관광이나 하고 쇼핑이나 하면서 공관 차량을 자가용처럼 부리는 그런 무늬만의 의원외교는 사라져야 한다. 대통령의 `일침`을 계기로 의원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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