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생명의 존엄성`이란 말은 헌법책에나 있는 `법률용어`일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자식을 죽인 계모와 친부는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같더라고 수사관들은 말한다. 인간생명을 가볍게 생각하는 풍조의 일단이 아닌가. 동급생이나 후배를 발과 주먹으로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폭력 학생들 또한 사람의 급소를 센 힘으로 가격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게임중독의 무서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자녀가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게임에 빠져 있던 친모가 결국 아이를 굶겨죽인 사건이 몇년 전에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친부가 두 살짜리 아들을 방치하다 못해 입을 막아 죽였다고 한다. 정모(22)씨는 어린 아들을 방치한 채 PC방을 돌며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다가 2~3일에 한 번씩 집에 들러 아들의 생존을 확인한 후 게임방으로 가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게임하는 데 방해된다고 생각해 입을 막아 죽인 뒤 시신을 아파트 화단에 묻었고, 별거중인 아내가 아들을 보러왔다가 추궁하는 과정에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계모의 어린 딸 살해사건에 대해 법원이 상해치사죄를 적용하자 국민들은 터무니 없다며 법원을 성토중이며,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했다. 아들의 입을 막아 죽인 게임중독 친부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해서 게임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하겠다.
경남 진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두 명의 1학년 학생이 동료 학생에게 맞아 목숨을 잃었는데, 그것도 교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교내에는 기숙사공간 같은 CCTV가 잡아내지 못하는 `폭력의 사각지대`가 있다. 이런 공간이 있는 한 폐쇄회로 TV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교도소처럼 곳곳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경악할 일은 사건이 벌어진 진주의 학교 이사장은 경남교육감의 부인이며,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학교폭력 예방 우수기관으로 표창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학교폭력과 치사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이 들어오는 4월에는 특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사회 전체가 감시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