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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인간들의 거룩한 모습

등록일 2014-04-21 02:01 게재일 2014-04-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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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을 버려두고 혼자 살았다. 너무 힘들다.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을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단원고 강민규(52) 교감이 소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그는 활발히 구조활동을 하다가 지병인 저혈압이 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고, 헬기에 태워져 구조됐다. 정신을 차린 뒤 “학생들에게 가야한다”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해봉(33) 교사는 난간에 매달린 학생 10여명을 구해낸 후 자신은 참변을 당했고, 남윤철(35) 교사는 끝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구해내다가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군은 수영을 못 하지만 구명조끼를 양보한 후 구조활동을 벌이다가 바다에 떨어져 숨졌다.

선원들 중에는 일반직 승무원과 선박직 승무원이 있는데, 선박직 승무원들은 자기들끼리 연락해서 구명정을 타고 전원 탈출했고, 일반직 승무원들은 `최후에 탈출한다`는 승무원 수칙을 지키다가 상당수 희생됐다. 그 중 최초의 희생자가 일반직 승무원 박지영(22·여)씨였다. 그녀는 학생들이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고 묻자 “승무원은 모두 구조한 후 제일 나중에 나가는 거야. 나중에 만나자”라고 했지만 그녀는 끝내 학생들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김홍경(58)씨는 커튼을 잘라 긴 줄을 만들고 소방호스에 연결해 학생들을 갑판으로 끌어올리는 구조활동을 폈다. 20여명을 구한 그는 물이 차오르자 “더 구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라고 아쉬워하며 배를 떠났다.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들이다. 수백명의 학생들과 환갑기념 단체 여행객 등 일반 승객들을 죽음 속에 버려두고 자기들 끼리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 기관사, 조타수, 항해사 등 선박직 승무원들이 있는가 하면 목숨 걸고 남들을 구해낸 살신성인의 참된 인간들도 있었다.

타이타닉호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침몰하는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 고향 리치필드에 있는 그의 동상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새겨져 있다. “영국인 답게 행동하라!” 제일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디 가서 한국인이란 소리 하지 말라!” 2012년 이탈리아의 대형 크루즈선 좌초 때 먼저 도망친 선장에게 검찰은 2천697년 형을 선고했다. `부끄러운 이탈리아인`을 영구히 인간세상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뜻이다.

온 국민이 애도하는 이 참사를 사기에 이용하는 극악무도한 자들도 있다. `세월호 구조현장 영상`이라며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심어져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 사기술이다. 또 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선박 속 승객 전원이 살아 있다”는 허위 소문을 퍼뜨려 실종자 가족들을 우롱하는 자들도 있다. 짐승보다 더 사악한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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