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이번 사고의 주 원인이었다. 배가 급선회를 할 때 밧줄이 터졌고, 화물이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서 배는 복원력을 잃었던 것이다. 구명정 비치 관리도 눈가림이었는데, 46척이 매달려 있기는 했으나 제대로 작동한 것은 1척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그것은 선장 등 선원들이 타고 도망갔으니 승객들이 탈 것은 하나도 없었다. “승객들을 아예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실종자 가족들이 분통을 터트린 이유다.
출항전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려면 3시간 이상 걸리는데, 세월호의 경우 20분 만에 끝내버렸다. 대충 형식적으로 훑어본 것이다. 실려 있는 자동차 대수와 컨테이너 개수, 결박상태, 구명정 비치상태 등이 규정대로 됐는지를 점검하는데는 3시간이 걸릴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형식적 점검이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업체와 운항관리자 간의 밀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것이야 말로 비정상이 정상화 된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한다.
선원법에 따르면, 승객 안전을 위해 여객선은 10일에 한 차례 의무적으로 소방훈련 등 선내 비상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 또 구명정 대피훈련을 두 달에 한 번씩 하도록 권고한다. 비상시 소화 및 퇴선 교육도 국제규약에 따라 월 1회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이 훈련을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 선장은 승무원 16명과 함께 구명정 한 척을 타고 일찍 도망을 갔는데, 이는 평소에 교육훈련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조난보고를 받은 해경은 “즉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원형 고무보트를 바다에 던져라. 승객을 대피시켜라” 지시를 했지만, 세월호 선장은 “구명조끼를 입고 안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계속하도록 지시하고 탈출했다. 그 구명조끼도 수량이 모자라고 불량품이 많았다.
선원에 대한 교육훈련도 엄격하지만 승객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철저히 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관행인데, 세월호는 승객에 대한 안전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다. 비행기나 선박은 사고시 피할 곳이 없으므로 대피훈련을 1시간에 걸쳐 완벽하게 하는 것이 관례다. 사고 후 한동안은 규정을 지키는 듯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이 `한국형 건망증`이지만 사고는 항상 방심에서 온다는 것만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