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한 것은 세계 선박운항사에 남긴 수치”란 말이 외국 선박 전문가의 입에서 나왔다. 한국의 위신이 바닥 끝까지 추락하는 순간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경제영토를 활발히 넓혀가는 선진 한국, 유엔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를 낸 나라, 정치외교와 경제외교의 강국 등등 자랑거리가 많은 나라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외형`에 불과했다. `덩치만 크고 속은 부실한` 혹은 `몸은 건강하나 정신능력은 철부지` 나라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이번 맹골수도 사고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는 말 그대로 갈팡질팡이었다. 대통령까지 현장에 와서 `엄령`을 내렸는데도, 정부 부처간 말이 다르다. 무엇 하나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없고, 서로 다른 발표를 하고, 이틈에 `심보 고약한 자`들이 유언비어를 유포해 피해자 가족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심지어 일부 사기꾼들은 세월호 사고를 스미싱에 이용한다. 정부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재난관리 메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후유증이다.
사고가 나면 잠깐 정신을 번쩍 차리다가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관행적 망각증`을 이번에는 완전히 치료해야 하겠다.
육지~울릉·독도 간을 운항하는 여객선 대부분이 20년 이상된 노후 선박이라 한다. MB정부 당시에 퇴출수명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려준 탓에 노후선박이 아직 운행된다. 이런 규제는 풀 것이 아니다. 선박 검사도 다양하게 하지만, 검사할 때만 제대로 갖추고 검사 끝나면 철거하거나 고정시켜 무용지물로 만든다. 눈가림식 검사를 할 것이 아니라 `불시점검`과 엄격한 응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월호의 경우, 승무원 교육훈련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들만 전원 먼저 탈출하고 승객들을 바닷물 속에 남겨두는 `역사적 수치`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는 지도 모른다. 항공기 승무원 교육훈련 처럼 선박 승무원들도 철저한 교육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 처럼 승객들의 안전교육도 빈틈 없이 실시해야 한다. 여객선 사고가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이번에 제대로 인식하고 영구히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