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10일의 서해페리호는 강풍이 부는 날 운항했고,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를 만나 뱃머리를 급히 돌렸고, 항해사가 아닌 갑판장이 배를 몰았으며, 승무원은 규정의 절반만 탔고, 정원 220명의 배에 362명을 태웠다가 배가 뒤집혀 292명이 희생됐다. 70년 12월15일 승객 331명을 태운 남영호는 서귀포 앞바다에 침몰했는데, 구조된 승객은 단 12명뿐이고, 배는 희생자들과 함께 바닷속 깊이 수장돼 있다. 87년 6월16일 거제군 해상에서 나무로 된 관광선 극동호에 불이 나 승객 86명 중 35명이 사망했다. 폐기처분된 자동차 엔진을 달았고, 구명조끼는 밧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으며 소화기는 녹이 슬어 작동하지 않았고, 엔진까지 꺼져 배는 불 붙은 채 수장됐다.
불법과 비리가 낳은 결과였고,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이번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의 `세월호` 전복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불법과 규정 위반이 총망라된 `비리 백화점`이 빚은 결과였다. 짙은 안개, 강풍, 물살 센 위험해역에서 경험 없는 3등항해사의 운항, 선원 교육훈련 전무, 승객 안전교육 전무, 선장 월급이 300만원도 안 되는 열악한 예우, 사기 저하와 책임감 실종 등이 점철돼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청해진해운을 4번씩이나 `우수 선사`로 표창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치 혐오증과 행정 불신이 극명하게 분출됐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치인과 행정관리들을 박대하는 태도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족들은 정치인들이 사고현장에 얼씬도 못하게 막았다. `민폐방문`일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리핑, 안내 등으로 일손만 뺏기고 시간낭비만 하기 때문이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체육관을 찾았을 때 가족들은 “당장 나가달라!”며 강하게 밀어냈다. 가족들은 “국회의원들은 자기 얼굴 한 번 더 언론에 비치기 위해 왔다가 탁상공론만 한다”고 성토했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사고현장 인근 팽목항에 왔을때 같이 온 안행부 송모 국장이 부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가 공분을 샀다. 그는 즉시 직위해제 됐다. 국가적 참사를 보는 고위관리의 안목이 겨우 이런 수준이다. 국무총리까지 문전박대를 당하는 지경이고, 피해자 가족들은 해군·해경 잠수부보다 민간인 잠수부를 더 신뢰한다. 일은 하지 않고 정쟁(政爭)만 일삼는 정치인, 불법 비리를 묵인하는 행정관리,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 지도층이 이렇게 불신 받는 나라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틀거리는 `한국호`를 부디 바로 잡아주기를 대통령에게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