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사체 수습·선체 인양 등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선체 인양까지는 1년 여가 소요되고, 구조와 사체 수습까지 국민적 애도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므로 “6·4 지방선거를 7월로 연기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그러려면 우선 선거법을 고쳐야 하니 오히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여야가 유·불리를 따져 또 한바탕 쟁투를 벌여야 하니, 연기 논의는 없던 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당내 경선 일정은 무기연기했고, 공약 발표도 늦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색'은 드러날 수록 손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경선 일정을 1주일씩 순연했고, 이번 주에 예정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도 미루면서, 25일 치러질 대전시장 경선도 늦춰질 모양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경선일정을 5월 초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27일 경기지사 후보 경선 등 광역단체장 경선 및 공천작업도 다음 달 초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정부·여당 무능론'을 우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혐오증과 행정불신이 확산되니, 황우여 대표는 “언행에 각별 조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홍문종 사무총장은 시·도당에 선거운동 무기연기를 요구하고, 추모 빙자 홍보 문자 발송도 금지시켰다. 새정치연합도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수위를 한껏 낮췄는데, 자칫 `정치공세'로 비춰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극도로 민감한 시점이다. 세종시장은`폭탄주 술자리'에 잠깐 앉았던 것이 구설수에 올랐고, 한기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좌파들이 괴담 유언비어로 사회 혼란을 조장하니 경계하자”는 글을 올려 “정당한 비판까지 왜곡시키지 말라”는 반발에 부딪혔고,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실로 `정치 실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정치실종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선거혼탁이 상당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음성적 선거운동은 여전하지만, 드러내놓고 상대를 비방 중상 음해하는 작태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태풍'이 선거풍토를 한결 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선거혐오증이 많이 줄어들고 이상적인 선거풍토가 조성된 지금 당초의 일정대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