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불순세력의 준동 막아야

등록일 2014-04-23 02:01 게재일 2014-04-23 19면
스크랩버튼
나라 전체가 공황에 빠졌다. 수백 명의 학생들을 `죽음의 공간'에 몰아넣어 둔 채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기들 끼리만 무전연락을 해서 몰래 탈출한 이 일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마'들의 소행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썼다. 사실 그렇게 밖에는 할 말이 없기도 하다.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이고, 불신·불법이 판치는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부끄럽다.

이같은 공황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괴담과 유언비어를 퍼트려 불신풍조를 확산시키고, 사기술이 더 지능적으로 진보한다. 특히 극한 대치 중인 분단국가에서는 더 심하다. 나라를 흔들고, 국론분열을 심화시키고, 마침내 썩은 집이 무너지듯 나라가 쓰러지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한 세력들이 날뛰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광우병 파동'을 경험해봐서 어느 정도 면역·학습효과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괴담과 유언비어에 여전히 흔들린다.

`구조활동 중인 민간잠수부'라 자칭하는 한 여자가 MBN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에게 잠수부 면허를 준 사례가 없는데, 그 TV방송국은 확인도 하지 않고 홍가혜(26·여)씨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해경이 민간잠수부의 구조활동을 막고 있다” “약속된 장비가 지원되지 않았으며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했다”고 말했고, 실종자 가족들은 그 말에 분통을 터트렸다. `공중부양'으로 유명한 강기갑 전 국회의원은 트위트에 “그 말 맞다”는 글을 올렸다.

자주민보 같은 친북 매체들은 “세월호는 미국 잠수함에 충돌해 침몰”이라면서, 한·미 훈련 때문에 무리하게 항로를 변경하다가 침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방부는 “그 해역에서는 훈련이 없었고, 그 곳은 수심이 30m밖에 되지 않아 잠수함이 다닐 수 없고, 당시 미 상륙함은 160km 떨어진 공해상에 있었다”고 했다. 근거 없는 소설을 쓰는 자들이 많은데, 이 소설들은 사람들의 `구미'에 잘 영합한다.

“구조를 고의로 지연시키기 위해 구조함이 늑장 출동을 했다”는 낭설도 나왔는데, 사고 당일 청해진함은 정비 중이었고, 평택함은 충남 인근에서 임무를 수행중이었으며, 이 구조함들은 속력이 늦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미군의 헬기 협조를 우리측이 거부했다”는 말도 했지만, 우리 헬기만으로도 충분하고 미군이 개입하면 지휘체계에 혼란만 온다.

세월호 사고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3건 추가로 발견됐다. `스미싱 주의 당부와 대처방법'을 알려준다는 식의 한결 진보된 수법이다. 이런 의심스러운 문자는 무조건 삭제해야 한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수록 사기꾼들이 더 날뛴다. 국민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중심을 잡아야 `한국호'가 바로 간다.

이경재의 일본을 읽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