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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도 잘 한 것 없다

등록일 2014-04-25 02:01 게재일 2014-04-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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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이 급속도로 침몰할 때는 첫 30분이 `골든타임'이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해양경찰은 신고한 학생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며 5분 가량을 허비했다. 늑장대응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목포해경의 A과장은 “우리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 해경이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욕설을 섞어가며 부하들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이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언행이어서 해양경찰청은 즉시 A과장을 직위해제했다.

목포해경은 해수부와 함께 지난해 7월12일 여객선 12척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 점검반 인원은 4명이고, 점검시간은 160분이었다. 통상 배 1척 점검에 1~2시간 걸리는데, 12척 점검을 160분만에 해치웠으며, 32개 점검항목에 `특이점 없음'이라 했다. `세월호'는 20년이 넘었고, 구조변경으로 무게중심이 위로 많이 가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폐기처분이라도 내려야할 여객선인데 `전 항목 통과'로 판정해 놓고 “뭘 잘못 했느냐”고 항변한 것이다.

해경의 잘못은 이것뿐 아니다. 단원고 최모(17)군이 첫 사고 신고를 한 시간은 당일 오전 8시52분32초였다. 119는 목포해경과 전화를 연결해 3자통화를 했는데, 해경은 학생에게 “위도 경도를 말해 달라”고 했다. 학생이 그런 것을 알 리 없다. 해경은 배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서 떠난 배인가 묻고, 여객선이냐 어선이냐는 질문을 이어가는데, 5분 가량의 시간을 보냈다. 허위신고를 가려내고 사고 해역에 정확히 출동하기 위해 매뉴얼대로 신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대응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해경은 또 민간 잠수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일명 머구리배 잠수사들인 이들은 과거 군이나 해경 근무시 잠수병 출신이고, 예편 후에도 민간 어선에서 잠수사로 활동하는 백전노장들이다. 우주인 같은 장비를 착용한 이들은 한 번 물속에 들어가면 2시간 가량 작업하므로 30분에 불과한 군경의 잠수사들과는 작업효율이 한참 윗길이다. 그래서 마음이 급한 실종자 가족들도 민간잠수사들에게 더 신뢰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니 해경으로서도 이들이 못 마땅했을 것이고, 그래서 고의로 소외시켰던 것이다.

해경 고위 간부는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왜 데려왔느냐” “(민간 잠수사가 타고 온) 배를 빼라”고 했고, 실제 종일 수색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일도 있었다며 70여명이 화가 나 철수하기도 했다. 이들은 침몰선까지 잡고 내려갈 줄을 처음 설치한 베테랑들이다. 민간인에 대해 평소 `甲질'이나 하며, `대접받는 관행'에 익숙한 해경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공직자의 `서반트 정신'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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