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비박(非朴)으로 분류되는 권영진(52) 예비후보가 선출된 것에 대해 `이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친박으로 알려진 서상기(3선·68) 후보와 조원진(재선·55)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국민참여선거인단 31.2%의 지지를 얻었고, 여론조사에서도 2개 조사기관 중 1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박계는 기대 이하였고, 부산시장 경선에서 서병수 후보가 친박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했을 정도였다. 이것은 박근혜정부의 우회적인 개혁정책을 답답하게 여기는 민심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서 후보는 3위, 조 후보는 4위를 했고, 동구청장을 지낸 이재만 후보가 2위를 했다. 이는 국회의원에 대한 염증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는 일은 없는데, 무노동무임금도 적용되지 않는 초법적 존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권영진 후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때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 아닌 것이다. 19대 총선때 같은 지역구에서 민주당 우원식 의원에 패했고, 이번 대구시장 출사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기라성 같은 친박계 중진들을 제쳤으니 `이변`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권 후보는 박근혜 캠프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TV토론이나 대담에 단골로 나와서 해박한 지식과 명석한 분석력과 또렷한 표현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똑똑한 사람이다”란 인식을 널리 심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미래연대` 멤버였다. 젊은 의원들이 혁신의 주도세력이 되자며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결성했던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후보도 당시 같은 멤버였는데, 이번에 정당을 달리해서 본선에서 겨루게 된다.
국민은 지금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타성에 젖은 기존 정치인들을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다. 세월호의 참변을 당하면서 그같은 요구는 더 강렬해졌다. 정부는 민심의 향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