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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른다운 선거를 하자

등록일 2014-05-02 02:01 게재일 2014-05-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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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어른이 어른 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현장이었다. 그것은 참사 못지 않은 `한국적 비극`이었다. 승객의 생명을 최후까지 책임져야 할 승무원들은 남보다 먼저 도망가고, 학생들은 선실에 잡아두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수 없이 “미안하다”고 울부짖었다. “어른들의 훈계를 들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어른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하는 이 현실이 기막힌다. 어른이 없는 사회는 이미 `침몰하고 있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진도 참사는 여러 명의 의인(義人)을 탄생시켰다. 구명조끼를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고 자신의 생명을 버린 학생들, 탈출할 기회를 포기하고 다른 친구들을 구하려고 객실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지 못한 학생, “승무원은 맨 마지막이야. 나중에 나갈게”라며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여승무원, 2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하고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50대 승객, 제자들을 배 속에 남겨두고 나온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목매 자살한 교감선생님, 목숨 걸고 어두운 급류 속으로 들어가 시신을 수습한 잠수사들. 모두 의인들이다.

지금은 국상(國喪)중이다. 대통령이 “북에만 존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도 존엄이 있다. 바로 국민들이다”라고 했다. 고위 인사가 존엄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존엄이라는 뜻이다. 그 `존엄` 300여명이 희생되었으니, 국상도 이런 국상이 없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개의치 않고 분향소 앞에 장사진을 치는 행렬을 보면, 과연 이것이 국상이구나 싶다. 온 국민이 한결같이 가슴 아파하고 애도하며, 분향소를 찾아 눈물로 조화(弔花)를 바친다. 이 고위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패 비리 없애고,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국민 가슴 마다 새긴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같은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숙연한 마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다. 혼탁선거가 없는, 선거사상 가장 맑은 선거를 보여주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300명 목숨값을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경주시장에 나선 최양식 예비후보와 박병훈 예비후보는 `동궁원 무료입장`을 놓고 공방을 벌인다. 박 후보 측은 최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관권선거를 한다고 몰아붙이고, 최 후보 측은 “무료 입장 시킨 사실이 전혀 없으며, 저속한 날치기 음해작전”이라며 맞공격을 한다.

안동시에서도 경로당 건립 주민공청회를 불법 관권선거에 이용한다는 고발이 있어서 경북도 선관위가 조사에 들어갔다. 또 경주경찰서는 전화여론조사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착신전환을 한 4명을 입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어른답지 못한 작태들이다. 이제 더 이상 선거혐오증·정치혐오증을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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