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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식 공천` 말장난이었나

등록일 2014-05-08 02:01 게재일 2014-05-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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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선거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세월호 추모분위기 속에서 전국이 집단우울증에 빠져 있는 와중에 선거에 관심 기울일 겨를이 없다. 수없이 걸려오는 선거 전화와 문자메시지 때문에 짜증만 더하고, 선거관련 여론조사 전화라면 끊기 바쁘다. “국회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국정감사를 하더니, 왜 세월호 비리 같은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했냐”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정치혐오증과 선거무관심을 부채질한다.

당초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며 이른바`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한다는 새누리당의 방침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줄 생각이라면, 공천 폐지가 맞지 왜 상향식이니 하는 복잡한 방식을 가져오느냐. 공천권이라는 그 영양가 높은 권력을 놓치기 싫어서 편법을 쓰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그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직 프리미엄`이 이번 지방선거만큼 두드러진 때가 없었다. 지역 국회의원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직 기초지자체장이 대부분 공천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의 공천관리위원회의 기초단체장 공천내정 현황에 따르면, 전체 29개 지역구 가운데 23개에서 현직이 공천내정돼 79.31%를 차지했다. 신인 정치인이 공천내정된 곳은 6개 지역 뿐이다. 포항시 등 현직 시장이 불출마한 곳을 빼면 실제 신인 예비후보가 공천된 곳은 영주시 한 곳 뿐이다. 결국 현직 공천비율이 95.83%나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직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한 예는 역대에 없었던 현상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현직 공천 비율이 55.17%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이 오히려 정치 신인의 진출을 막는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경북도당 공천위원회의 공천관리도 뒤죽박죽이다. 공천이 번복되기도 하고, 예비경선 탈락자가 항의를 해서 경선에 참여하기도 하고, 공천내정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후보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아무 설명도 없이 경선을 중단해 후보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부적격자 탈락 기준`을 원칙 없이 적용하는가 하면, 경선 불복 후보들이 항의방문하는 소동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모두가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상한 편법 탓에 벌어진 일들이다.

지금은 `국가 개조` 차원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는 곪아터진 병증의 한 단면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응급환자의 수술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치도 새롭게 변화돼야 한다. 그 변화를 유권자들이 6월4일에 이뤄내야 한다. 그것은 역사가 한국인에게 내린 엄중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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