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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조종하는 교육정책

등록일 2014-05-12 02:01 게재일 2014-05-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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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백년대계와는 거리가 멀다. 서남수 장관은 교육관료 출신이다. 과장 국장 차관보 차관을 지내는 동안 주로 입시정책을 다뤘다. 수 없이 정책을 바꾸었고, 돈을 지렛대로 학교를 통제 조종하는 기법에 통달했다. 백년을 내다보며 `큰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잔머리 굴리며 `골목길`규제에 재미를 본다는 인상이 짙다.

교육부는 대입·특성화사업 등 각종 정책에 대학의 `정원감축`을 연계시켰다. 논술을 어렵게 내는 대학은 정원을 10%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통제 수단으로 논술를 이용하는 발상이 궁색해 보인다. 대학의 자율을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에 대학 입학생은 자연히 줄게 돼 있다.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자연도태된다. 일부 대학들이 온갖 술수 비리를 다 동원해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기술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독일과 교육교류를 통해 마이스터를 대거 길러내고, `대졸과 차별 없는 고졸` `실력으로 승부`하는 풍토를 만들려 한다. 그렇다면 `꼼수 수준`의 수단으로 대학정원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 자유경쟁이라는 시장원리에 맡겨두면 될 것이다.

`선행학습 금지법`도 이상한 규제다.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는 규제 대상이 아니고 일반고만 집중 통제한다. 초등학생은 방과후에 학교에서 영어회화공부도 못하니 사설학원으로 갈 것이 뻔하다.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선행학습을 금지시킨 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악성규제로 돌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정책에 관한 한 `무정책이 상(上)책`이란 말이 나왔고,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소리도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특성화사업 평가 때 정원을 줄이는 대학에 가산점을 주겠다면서 `돈으로 대학을 조종`하는 통제기법을 꺼내들었다. 지원금이라는 `고삐`만큼 요긴한 통제수단이 없다. 지원에서 늘 홀대받아온 지방대학들, 특히 대규모 사립대학들에게는 `즉효`다. 돈이라는 당근만 내걸면 `절에 온 새댁`같이 말 잘 듣는 지방대학들이다. `대학특성화 사업`은 지방대학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 돼가는 꼴을 보면 오히려 지방대학 죽이기로 변질돼가는 것같다. 입학 정원을 많이 줄이는 대학에 특성화사업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정책`을 내놓자, 지방대학들은 평균 8.4%를, 수도권 대학들은 3.8%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교육부의 `잔머리`가 또 나타났다. 실제 배정된 특성화사업 예산이 `껌값`에 불과하니, “교육부가 지방대학들을 가지고 노는가”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돈으로 조종되는 교육정책은 백년대계와 거리가 멀다. 교육정책은 `잔머리 굴리기 수준`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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