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주협회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해온 사실이 검찰의 세월호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선주협회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국회연구단체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 소속 의원들의 해외출장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항만을 끼고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거나 해운산업과 관련 있는 의원들인데, 생태적으로 이들 사이에는 `좋은 관계`가 맺어진다. 지난 3월 이 의원들이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을 골자로 한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지원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배경에 의심의 눈길이 간다.
관리들이 퇴직후에 갈 산하기관이 많은 부서일수록 인기가 높다. 그래서 협회니 기금이니 하는 산하 기구를 되도록 많이 만들려 하고, 설립을 뒷받침할 법을 만들때는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의원입법`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입법으로 하려면 기획재정부가 예산문제를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국회 법사위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니, 그런 절차 없는 의원입법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언제 낙선할지 모르니, 미리 `보험`을 들어두어 해로울 것 없다. 그래서 업계-관리-의원들 사이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하이파이브`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2011년 4월에는 `한국수상레저안전협회`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가뿐하게 통과했고, 해경 출신들이 대거 이 협회에 재취업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해양구조협회` 설립 근거가 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해경 퇴직자들이 고위층에 재취업했다. 올해 4월에는 `크루즈산업협회`설립 근거법이 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세월호 사건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법사위가 “크루즈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단체가 될 수 있다”며 비로소 `할 말`을 한 것인데, 해양수산부 장관은 좋다가 말았다. 최근 발의된 `아프리카 미래전략재단법`도 유탄을 맞았다. “퇴직 외교관들의 자리 마련”이 될 수 있다며 법사위가 막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터지자 국회는 “관피아를 원천봉쇄하자”며 여러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다. 다른 조치는 필요 없다. 그동안 만들었던 `산하기관 설립법`을 전부 없애버리면 된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없애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낙하산과 관피아를 도와준 과오에 대한 속죄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