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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선원 기소는 단죄의 시작일뿐

등록일 2014-05-16 02:01 게재일 2014-0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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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한달이 된 15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이준석 선장등 선원 15명을 구속기소했다. 특히 이 선장과 1·2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게는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가 적용됐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 혐의다. 위험에 처한 승객을 구하는 조처를 실행해야 할 상황에서 승객을 내팽개치고 도주함으로써 승객을 숨지게 한 것을 살인이라고 본 것이다. 부작위범과 관련한 규정을 담은 형법 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신의 행위로 위험발생의 원인을 일으킨 사람이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않을 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처벌을 받도록 했다.

이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이 법정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 국민의 감정으로는 그보다 더한 혐의를 적용한다고 해도 분이 삭혀지지 않을 판이다. 갑판으로 빠져나와야 할 승객에게 선실에 가만있으라고 한 채 자신들만 빠져나가는 천인공노할 짓을 한 이들에게 법의 관용을 베풀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런 무책임한 선장과 승무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벌은 불가피하다.

선장과 선원에 대한 기소는 세월호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단죄의 시작일 뿐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된 안전수칙 무시 등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서부터 부실의 빌미를 제공하는 유착관계 등 해운업계의 구조적인 비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파헤쳐 끝을 봐야 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이 급격한 변침(방향선회)이라고 밝혔다. 증·개축으로 복원력이 그렇지 않아도 약한 세월호가 운항과정에서 평형수를 훨씬 적게 싣고 화물을 더 많이 실어 복원력이 현저히 약화된 상태에서 무리한 변침으로 대참사를 빚게 됐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세월호 관리부실의 책임을 물어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등 직원 5명도 앞서 구속했다.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도 수사중이다. 여기에다 사고 초기 선실에 진입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부실 대응으로 질타받는 해양경찰 등 구조당국의 잘못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대상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수사가 자칫 여론에 떠밀려 마녀사냥식의 무리한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생명을 어이없이 잃은 이 마당에 우리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문제를 어느 것 하나 그냥 두고 넘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런 만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철두철미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고통스럽더라도 이번에는 잘못을 확실하게 도려냄으로써 우리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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