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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당해야 정신차릴까

등록일 2014-05-20 02:01 게재일 2014-05-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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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성주군 성주읍 1차산업단지 내 밀폐형 에어동 지정폐기물 매립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15일 오후 4시 충남 당진시 삼보산업에서 배출된 알루미늄 분말 100t이 반입돼 매립됐는데, 에어동 안팎의 온도 차이로 이슬맺힘 현상이 나타났고, 여기서 생긴 물방물이 알루미늄 분말위에 떨어져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한다. 16일 오전 9시께 심한 악취와 연기를 감지한 주민이 군청에 알렸고, 성주군은 현장에서 자체 힘으로 진화하려 했으나 감당이 안 되자 5시간이나 지난 후 소방서에 신고했다.

관계 기관들의 자세도 안이했다. 대구지방환경청 담당과장은 “유해가스 배출 위험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대피시켜야 한다”는 건의에 대해 “그럴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성주소방서도 알루미늄과 물이 접촉하면 폭발 위험이 있다며 화재진압에 적극 나서지도 못했다. 소방서장이 “폭발 위험이 있으니 배출구를 모두 열고 가스를 배출하라”고 지시했지만 회사측은 이를 무시했고, 경찰관이 명령을 내리자 비로소 가스배출구를 열었다고 한다. 성주소방서는 16일 오후 5시16분 “추가적인 화학반응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17일 오전 5시40분께 다시 불길이 일어 포크레인 1대가 전소하고, 유독가스가 분출됐다.

관계기관과 업체가 이렇게 갈팡질팡하자, 매립장 인근 예산·삼산·성산리 주민들은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에서 보았듯이 관계기관의 대처능력을 믿을 수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119특수구조대가 투입돼 유독가스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메탄가스는 기준치의 3배가 넘었고, 일산화탄소(140ppm) 등 다른 유해가스도 기준치를 훨씬 넘었다고 한다.

성주군은 정부로부터 환경대상을 받은 바 있다. 환경관리를 잘 했다 해서 대상까지 받은 자치단체가 이러니, 다른 지자체는 말할 나위도 없다. 분노한 주민들은 “클린 성주군에 지정폐기물 매립장을 유치한 김항곤 군수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항의 집회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현직 군수로서는 최악의 악재를 만난 것이다.`물+알루미늄=화재·유독가스`라는 사고에 대처할 매뉴얼을 미리 세워놓지 않는 것이 불찰이다.

한편 칭찬받을 대응을 한 자지단체도 있다. 울릉도의 대표적 절경으로 꼽히는 서면 태하동 황토구미 지질공원 석산에서 낙석사고가 발생했는데, 군의 신속적절한 대응으로 피해가 전혀 없었다. 이곳은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고, 매일 수백명의 노점상과 주민과 관광객이 운집하는 곳이라 낙석사고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울릉도의 이미지 개선에 큰 기여를 한 이런 행정기관은 표창을 해서 남들이 본받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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