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이 워낙 엄격하고, 또 까다롭기도 해서, 어떤 행동이 법에 걸리는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70대들은 과거 자유당 시절의 선거운동을 돌이켜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때는 고무신 막걸리가 공공연히 오갔고, `선거경기`란 것도 있었다. 돈이 일시에 대거 풀리니 소비경제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돈과 관권 개입이 당락을 결정하는 부패선거여서 지금은 `아련한 선거의 추억`으로 역사의 뒷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선거문화가 선진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없다. `희미한 옛 부정선거의 그림자`가 지금도 유령처럼 선거판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 고발 사법처리 등 불미스러운 일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어 있지만, 그것은 잘 운영될 때에나 가능한 일이지, 잘못되면 `총 칼 없이 피흘리는 전쟁판`이 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돌에 후보자의 이름을 적어 항아리에 넣었던 그 `역사상 첫 선거`에 비하면 지금의 선거는 실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승천하느냐 땅 속 지렁이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이 선거에 달려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선거에서는 흔히 `야비한 모습`도 보인다. 패색이 짙은 후보자 측이나 선거에 진 후보자들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정으로 일탈을 하거나 분풀이를 하는 예가 적지 않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2리 마을이장 선거에서도 “마을이장으로 안태근님을 추천합니다. 왜? 고소, 고발, 허위증언 등을 할 줄 모르니깐”이라 쓴 현수막이 3군데 내걸렸다. 여기서 안씨(50)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다. 선거 후 당선자와 낙선자 사이에 고소 고발 등 법정공방이 벌어졌던 것을 두고 아무 상관 없는 장애인의 실명까지 들어 분풀이를 한 것이다.
장애인의 인권도 엄연한 인권이다. 야비한 선거싸움 때문에 장애인의 명예가 침해되고 그 가족들은 참담한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 성숙된 선거문화가 정착되려면 이런 선거사범부터 일벌백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