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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해체, 정답 아니다

등록일 2014-05-27 02:01 게재일 2014-05-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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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부서 이름까지 바꾼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 기능만 남겼고, MB정권때 없어졌던 해양수산부는 부활하자 마자 반쪽짜리가 됐으며 이번에 구조를 맡았던 해양경찰청은 해체될 운명을 맞았다. 실로 `국가개조` 수준의 극약처방이다. 그러나 극약처방만 능사인가 하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미국은 9·11테러 후 1년여의 논의를 거친 후 국토안전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 만으로 국가안전처가 신설되고, 해경이 해체되고, 안행부와 해수부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당연히 “이렇게 뚝딱 처리해도 되는가”하는 여론이 일어난다. 그것은 합리적 논의의 결과가 아니라 `징벌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벌 받을 이유야 충분하지만 정부부처의 존폐를 그렇게 `뚝딱`결정하는 것은 나중에 문제를 남길 소지가 있다. 앞으로 국회는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정부조직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해경은 6·25 정전협정이 맺어지던 1953년 12월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했다. 당시에는 해양경비, 어로 보호 기능을 주로 맡았지만, 지금은 그 기능이 확대돼 해상범죄 수사, 해상교통 안전, 수상레저 관련 인허가, 해양오염 단속 등으로 업무영역이 확대됐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와 서해 중국어선 불법 홍게잡이 단속,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영유권 주장과 도발, EEZ(배타적 경제수역) 설정 등으로 업무범위가 넓어졌고, 2005년에는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

한국 현대사와 함께 성장해온 해양경찰청은 그 성장해온 역사 만큼이나 많은 업적도 남겼고, 축적된 정보량과 노하우도 상당하다. 서해에 출몰하는 중국 홍게잡이 어선들과는 목숨을 건 전쟁을 벌였고, 다친 대원들도 적지 않았다. 또 독도를 지키는 일에서도 해경은 많은 족적을 남겼다. 독도 인근에 출현한 일본 순시선과 싸운 실적도 지난 한 해 100회를 육박한다. 대게 불법 조업과 불법 위판, 불법 고래 잡이 등을 단속해온 해경의 이미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특히 악천후 속에서 밧줄 하나에 매달려 선박의 기름새는 구멍을 막은 해경 대원의 활약은 많은 감동을 주었다.

앞으로 해난 구조 구난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이관되겠지만, 해상치안과 불법조업 수사와 해양 오염 단속 등의 업무는 계속 해경이 맡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많다. 육지경찰인 경찰청에 해양경찰 업무를 맡길때 그것은 1953년의 `해양경찰대`기능 밖에 발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이것은 그동안 해경이 축적한 정보와 노하우를 일시에 침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독립된 해양경찰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앞으로 국회가 합리적 논의를 펼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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