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색당쟁(四色黨爭)이 있었다. 동인 서인라는 두 붕당이 점점 분화되어 많은 계파를 만들었고 붕당 사이의 정쟁은 잔인했다. 많은 인재들이 목숨을 잃고 귀양살이로 비탄의 세월을 보냈다. 임금은 이 붕당을 이용했는데 이쪽 저쪽을 번갈아 편들어줌으로써 충성심을 유발시켰다. 붕당을 없애겠다며 탕평책을 썼으나 당쟁이 없어지니 이번에는 일당독재 세도정치가 생겨 국정은 무법천지가 됐고 마침내 나라가 망했다.
“일당독재로 인한 부패보다는 다투면서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편이 나았다”라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각 나라들은 정당을 적대시하지 않고 묵인하는 과정을 거쳐 헌법에 정당을 올려 보호하기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지역감정이란 것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좀 심한 편이다. 여당지역과 야당지역이 확연히 갈라져서 좀처럼 변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는 민심이 일어날때는 무소속을 선택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정당혐오증·정치혐오증`의 발로였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때는 대구 경북에서 102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냈다. 대구 서구청장과 달성군수, 영주, 문경, 경산, 칠곡, 영양, 울진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했고 광역의원도 대구 1명 경북 6명이 무소속이었다. 그 `무소속 돌풍`이 올해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 밀리는 상황이고 광주시장 선거에서는 새정련 윤장현 후보가 무소속 강운태 후보에 많이 뒤쳐진다. 최대 관심지역의 여론조사 결과이다.
대구 경북에서도 무소속 바람이 심상치 않다. 상주 청송은 새누리당이 무공천함으로써 무소속 당선이 예고됐고 대구 서구청장과 경주시장, 안동시장, 문경시장, 그리고 기초의원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소속이 약진을 보인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일부 당직자와 당원들이 자신의 당 후보자를 돕지 않고 무소속 후보 지원에 나서는 바람에 도당이 발끈해서 제재에 나서는 이변도 보인다. 또 영덕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자 1명과 무소속 4명이 경쟁한다.
야당은 정치이념이 싫고, 여당은 제 구실을 못해 싫고, 그래서 무소속을 선택하겠다는 민심이 이번 선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당들이 크게 각성해야 할 민심이다. 정치인이 민심을 떠나 어디 발을 붙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