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는 `막판 뒤집기`라는 전략이 있다. 지지율에서 앞서 가던 후보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음해·유언비어를 퍼트려 상대후보가 미처 해명할 틈도 없이 판세가 기우는 경우가 있다. 과거 대선때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를 폭로한 `김대업 네거티브`가 대표적이다. 음해였음이 드러났지만 이미 선거는 끝난 후였다.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때도 `1억원 짜리 피부관리`가 나와 나경원 후보가 피해를 봤지만, `근거 없음`이 밝혀졌다. 이같은 막판 뒤집기 네거티브는 대표적 `선거 병폐`다.
6·4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막판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농약급식`문제로 시끄럽다.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있으니 음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야당은 `발악`이란 표현까지 쓴다. 경기도 지사 선거에는 남경필 후보의 제주도 땅이 쟁점이다. 야당은 `부동산 투기`로 몰아가고, 남 후보자는 `제주도에 체납 절차` 진행중이라 해명한다. 강원도 지사 선거에서는 여야 두 후보자 간에 논문 표절 시비가 불붙었다. 서로 `표절이다`, `표절 정도가 아니라 복사 수준이다`라며 싸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선자 중 56명이 당선무효형을 받았고, 재·보궐 선거에 373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들어갔다. 더 요긴한 일에 쓸 예산이 낭비된 것이다. 그러므로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선거 후에라도 문책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권력은 부자(父子)간에도 나눌 수 없다지만, 선거는 옛 친구 동지도 적으로 만든다. 대구시장에 나선 권영진·김부겸 두 후보는 과거 한솥밥을 먹던 동지였다.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풍토를 새롭게 만들어보자고 모인 단체에서 뜻을 같이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로 갈려 적이 됐다. 포항시장에 나선 이강덕 후보와 이창균 후보는 동향의 선후배 사이다. 이명박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에 나란히 참여했고, 선술집에서 술잔을 나누며 형님 아우하던 관계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지금 맞고소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창균 후보는 이강덕 후보의 경찰 간부 재직중 재산 증식을 문제 삼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이강덕 후보는 이창균 후보를 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경찰과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창균 후보도 맞고소로 대응할 것이라 했다. 포항시장 자리가 무엇이관데, 송사(訟事)를 벌여 적대관계라는 악연을 맺으려 하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민주주의의 쓰레기통이라 해야 맞을 듯하다.
후보자들 끼리는 이렇게 피투성이 되게 싸우더라도 유권자들은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 막판 뒤집기 네거티브에 휘둘리지 말고 “누가 점잖게 선거운동을 했나”를 살피고, 실력과 경륜을 잘 알아보고 “될만한 인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게 투표해서 재·보궐선거라는 후유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