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권력을 함부로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투표권 쟁취는 피눈물 어린 과정을 거쳐왔다. 귀족이나 지식인에게는 2~3표를 행사할 권한을 준 시절도 있었고, 여성과 노예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았던 세월도 있었다.
또 북한에서는 아직 그렇게 하고 있지만, `공개투표제`를 했던 독재국가들도 있었다. `보통·평등·비밀 선거`라는 `선거의 3요소`가 헌법에 올라갈 때까지의 역사는 실로 피어린 투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분에 관계 없이 누구나 1표를 행사할 수 있고, 성별에 관계 없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고,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비밀선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그 `선거의 역사`는 수많은 희생을 댓가로 치른 역사였다. 그 덕분에 우리 국민은 단 며칠이라도 `주인`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러나 이 권리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부잣집 아이들 쌀밥 귀한 줄 모른다`고, 귀한 선거권을 귀한 줄 모르는 유권자들이 많으니 걱정이다. “선택할 사람이 없고, 기권도 선거행위다”라는 변명도 있지만 그것은 구차스러운 논리일 뿐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선택하고 싶은 정당이 없으면 무소속이라도 찍으면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소속 바람`이 불기도 했다. 여당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대거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가령, 이들이 당선된다면 `여권 성향의 무소속`이 될 것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든,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하든, 혈연 지연 학연 등 연분관계에서 투표하든, 선택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위엄과 위세`를 높여주는 일이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두려워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기권하지 않는 것이다. 투표권을 획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과 하층민들이 목숨을 걸었는지를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권리가 선거권이다.
봄가뭄이 계속되다가 모처럼 해갈이 되었다. 하늘도 오늘 투표일을 축복하는 것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장에 가자.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을 유감 없이 활짝 피워보자. 그것은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