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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

등록일 2014-06-10 02:01 게재일 2014-06-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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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 무용가 신양자(40)씨가 지난달 제주도 `한수풀해녀학교`에 입학했다. “바다 속 깊은 물속에서 해녀의 몸짓을 무용으로 승화시켜보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2008년 개교때는 정원 30명을 겨우 채웠지만 지금은 3대1의 경쟁률이고, 올해 78명이 입학했는데, 외국인 학생도 6명이나 된다. 한국에 시집 온 러시아의 벨로우소바 씨(37)는 지난해 제주도로 이사해 해녀학교에 들어갔다. 요리사인 그녀는 “물질을 배워 소라 해삼 등 해산물 요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김지선(28) 씨는 제주도에 시집 가 해녀가 됐다. `해녀 다큐멘터리`를 보고 결심을 했고, 물질로 돈을 벌면 친정 부모님을 불러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제주포럼에 참석했던 줄리아 길라드 호주 전 총리는 행사 도중 해녀 이야기를 듣고,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굳이 바다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는 해녀 강복생씨를 만나 함께 사진을 찍어 언론에 소개됐다. 해녀, 특히 제주 해녀가 왜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됐을까.

`제주해녀`는 유네스코 인류문형문화유산에 등재가 되기로 예정돼 있다. 한국은 김장문화(2013년 등재), 아리랑(2012년 등재) 등 16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가입한 161개 국가 중 한국은 중국(38건), 일본(22건)에 이어 3번째다. 해녀(海女)는 인류학적 가치가 있고, 연구의 재료가 된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래서 해녀학교가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유네스코가 보호를 하려는 것이다. 한국이 제주해녀를 신청하자 일본도 뒤따라 `아마(海女)`를 들고 나왔다.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5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이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 위원국에 당선됐다. 142개국의 투표에서 126표를 얻었던 것이다. 임기는 4년이고, 24개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아태지역에서는 한국과 인도, 몽골, 아프가니스탄이 뽑혔다. 24개국은 각국이 등재 신청하는 무형유산 목록 결정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올해 `농악`, 내년에는 `줄다리기`를 등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는 조선시대에 유배지여서 남자들은 대체로 글만 읽고, 일은 여자들이 주로 했는데, 그 여성의 일이란 것이 바로 `물질`이었다. 이 독특한 생활문화 때문에 제주 해녀는 인류문화사의 연구과제가 됐다. 제주해녀는 `해녀의 원조` 격인데, 동해안과 울릉도·독도 해녀도 제주도에서 왔고, 물질을 가르쳤다. 지금은 스킨스쿠버가 생겼고, 산소통을 매고 장시간 물속에서 작업하는 직업잠수부가 많고, `수중관광`까지 하는 시대가 됐지만 해녀에 관해 인류학적·역사적으로 연구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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