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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을 담아내는 고향역

등록일 2014-06-11 02:01 게재일 2014-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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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도 많고 `고향역`을 주제로 한 노래도 많다. 이별과 만남이라는 인간사들이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진 역(驛)이다. 그 역이 지금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도로가 발달하고 KTX가 일반화되는 시대를 맞아 많은 역들이 간이역으로 바뀌었다. 또 용도 폐기된 역들도 많아졌다. 쓸모 없어졌다 해서 허물어버릴 수 없는 것이 역의 운명이다. 그 추억의 고향역을 차마 없애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역들이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증기기관차에 물을 주입하던 `물탑` 가운데 문화유적으로 지정된 것도 많다.

대중가요의 주제가 되었던 역들이 `기념물`로 지정되어서 보호받기도 한다. 숱한 애환과 추억이 스린 역사의 흔적이어서 허물 수 없다. 시인 화가들은 고향의 역을 추억하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기증했고 이 시화들은 역 대합실에 걸리어졌는데, 그것이 어느덧 `문화예술이 담긴 고향역`을 만들었다.

또 예술적 감각이 있는 역장을 만나면 그 역의 모습이 돌변하기도 했다. 대합실은 갤러리가 되고, 동민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한다. 역 주변에 각종 화초를 가꾼 역장도 있는데, 인근 주민들이 기증한 화초와 희귀종 나무들을 심었다. 그리고 그 고장 출신의 문화예술인들에게 부탁해서 글과 그림을 기증받기도 했다. 그래서 역은 단순한 `추억의 건물`을 넘어 문화예술을 담아내는 명소도 승화하는 것이다.

대구시 동구 동촌역은 `근대등록문화제 제303호`로 지정됐고 그 관리권이 코레일에서 동구청으로 이관됐는데, 구청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역을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2천200여권의 책을 비치해두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며, 동구 구립 안심도서관과 통합 도서 관리시스템을 구성해 “책을 통해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교육 문화사랑방”이 되고 있다.

박희채(58) 대구역장은 32년째 철도공무원으로 봉직하고 있는데 일찍 3개 지방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한 소설가이다. 그는 평생 거쳐온 역들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안동역장 시절에는 `어느 독립운동가 역무원의 사랑`, `안기 찰방 김홍도`를 남겼고, 점촌역장때는 `강아지 역장`을 썼는데 이 소설은 곽재우 장군과 문경새재 개무덤에 얽힌 역사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상주역장 시절에는 일제때 자전거 경주왕 엄복동과 상주 자전거를 버무렸고, 봉화 승부역에는 `사랑의 자물쇠`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는 곧 대구역에도 스토리텔링을 입힐 생각이다.

역(驛)이 문화예술의 사랑방으로 승화되는 시대를 맞았다.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문화공간으로 역들이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과 작가들이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 한국의 독특한 문화 하나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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