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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라

등록일 2014-06-12 02:01 게재일 2014-06-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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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4지방선거는 유래 없는 치열성을 보였다. 세월호 대참사를 겪으면서 “정권의 침몰이냐, 지속이냐”를 놓고 정치권은 대전(大戰)을 벌였다. 결국 국민은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공동우승`이라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국민의 판단은 참으로 현명했다. 과거 한 대기업 총수가 “한국 국민은 1등이고, 기업은 2등이며, 정치는 3등이다”란 발언을 했다가 정치권으로부터 곤욕을 당한 일도 있었는데, 그 말이 새삼 생각나는 6·4 지방선거였다.

선거전이 치열·과열·혼탁할 수록 그 후유증은 그 만큼 더 크다. 친구 친척간에도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등깔지고 감정의 앙금이 오래 간다. 심지어 의절(義絶)하는 경우도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이런 선거후유증을 금방 잘 극복하는데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악감정을 오래 마음에 품는 경향이 있다. 정이 많은 국민이라 그런 모양이다. 선거 끝나면 `적도 품는 아량`을 발휘해서 훌훌 털어버리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 `민주주의 선진국`소리를 들을 것이다.

선거 끝나고 교육감,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이 결정되면 논공행상이라는 숙제가 남아 `당선자에 채워진 족쇄`가 된다. 선거캠프에서 수고한 사람들에게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데도 한계가 있으니 문제다. 자리를 두고 선거캠프에서 같이 일한 사람들 끼리도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좀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도 일종의 선거후유증이다. 당선자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를 두고 한동안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당선이 영광이 아니라 `짐`이 되는 것이다.

일부 교육감 당선자들의 입에서 “섭섭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솥밥을 먹던 직원이 선거운동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도 있었는데 그럴 경우 당선인은 당연히 섭섭할 것이고 그 대상자는`줄을 잘못 선 죄` 때문에 인사불이익을 각오하며 가슴앓이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품어주는 아량`을 발휘한다면 직원들은 `당선자의 넓은 품`을 칭송할 것이다.

선거 끝난 후 `선피아`란 신조어가 생겼다. 선거마피아란 뜻이다. 관료마피아 등 우리나라가 온통 마피아 천지로 변한 것같다. 단체장이 바뀌면 인사태풍이 불기 마련인데 선거캠프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는 과정에도 `태풍`이 불기 마련이다. 자리는 언제나 한정돼 있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끝나면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이 일어난다. 불요불급한 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면 우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당선자의 숙제다. “행정부서와 공무원 수는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법칙이 있는데 그 비용은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 언론은 이 선피아를 잘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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