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사에 대한 답례로 터키는 `이스탄불 in 경주` 행사를 제안했고, 올해 9월12일부터 22일까지 10일 간의 일정을 제시했으며, 경북도와 경주시는 양 도시 간 문화교류를 활성화시켜 `문화융성시대`를 열어가고 교류 강화를 통해 관광, 통상, 경제협력 등 창조경제의 활성화 차원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행사에 이스탄불은 123억원을, 우리 측은 30여억원을 부담키로 했었다. 이스탄불 측은 공연단을 비롯해 홍보관, 학술대회 등에 3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고, 공연단은 서울 부산 등에서 순회공연을 계획했으며, 부산 UN공원에서는 세계 최초의 군악대인 오스만터키 군악대가 공연과 헌화를 하기로 했다.
이스탄불 측은 준비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데, 7월15부터 준비단이 경주사무소를 개소하고, 28명의 단원이 상주할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측의 준비상황은 걱정스럽다. 아직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도 하지만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이 재신임을 받아 연임되는 상황에서는 행정의 연속성이 살아 있고, 따라서 준비 소홀에 대한 질책도 받아 마땅하다. 이 행사는 국가 간의 외교적 신뢰 문제에 걸린다. 기껏 30억원 예산 때문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다.
터키는 우리나라에 비해 국민소득에서 차이가 나지만, 이스탄불의 문화적 자존심은 대단하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터키는 동서문화를 공유하고, 이스탄불과 신라는 `초원의 길`과 인도양 해상무역로를 통해 상품 교류를 했고, 6·25때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지원병을 보낸 혈맹의 국가이다.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터키는 지금도 그 인연을 잊지 않고 한국인을 존중한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 캐말 파샤 장군은 터키의 신이고, 자존심의 상징이다. 1차대전 패전국으로 괴멸될 위기에 처한 터키를 끝까지 지켜낸 영웅이다. 또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은 터키문화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하기아 소피아 사원은 당초 그리스도교 교회로 지어졌다가 이슬람의 지배하에서 모스크로 바뀌었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터키의 대표적 건축예술이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과 문화적 자존심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터키인데, 이런 나라를 상대로 외교적 결례를 범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서둘러 예산 확보에 진력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