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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같은 신문을 만들겠다-창간 24주년에 부쳐

등록일 2014-06-23 02:01 게재일 2014-06-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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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도 낡고 고장나면 분해 청소 수리하는 것같이 국가도 오래 적폐(積弊)가 쌓이면 수선을 해야 한다. 올해 갑오년은 `한국호 대수리 기간`이라 여겨진다. 수십년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둔갑하는 관행을 바로잡고, 구석구석 켜켜이 피어나던 곰팡이를 닦아내고, 썩어 악취 심한 곳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음습한 곳에 햇빛을 쬐어주는 작업을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각종 붕괴사고, 충돌사고, 화재, 선박의 침몰과 300여명의 인명 희생 등은 지난 수십년 묵은 비리와 부패가 쌓이고 쌓여 썩었던 곳이 마침내 곪아 터지는 현상이었다. 이같은 적폐를 지난 어떤 정권도 손을 대지 못하고, 그냥 모른 척 덮고 지나갔지만, 박근혜정부는 그냥 넘기지 않았다. 하늘이 `한국호 환골탈태의 기회`를 주었다고 보아지는 것이다.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이 갈데까지 다 간 고려왕조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유교 이념에 바탕을 둔 근본적 개혁을 통해 조선왕조라는 새로운 국가를 세운 것과 같이 지금 우리나라도 대 변혁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개조(國家改造)란 바로 그와 같은 뜻을 가진 낱말이다. `규제개혁`을 통해 관료중심의 나라를 국민중심의 나라로 만들고, 기업활동을 활성화시켜 창조경제를 가능케하고, 관료마피아 등 각종 마피아라는 곰팡이가 핀 곳에 바람과 햇볕을 쏟아넣고, 문제 행정부서를 해체 재조립하는 대혁신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호가 산뜻한 새출발을 하느냐 마느냐가 달렸다.

이 대과업은 관료사회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성취되기 어렵다. 온 국민의 단결된 성원과 언론의 끊임 없는 독려가 필요하다.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이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을 양자택일하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라고 말한 그 `언론의 역할`을 이제 한번 펴볼 기회가 온 것이다.

독수리 부활의 지혜

독수리의 평균수명은 70년 가량이다. 40살 쯤을 살면 부리도 흔들리고, 발톱도 무디어지고, 날개도 힘을 잃어 다른 새들이 무시하는 시기가 된다. 이 때 독수리는 아무도 오지 않는 높은 산 절벽속으로 숨어들어가 `새로운 몸`을 만들기 시작한다. 부리를 바위에 부딪혀 뽑아내고 새 부리가 돋아나올때까지 기다린다.

새부리가 나오면 그 부리로 낡은 발톱을 뽑아낸다. 그리고 다시 헌 깃틀을 뜯어낸다. 새 발톱과 새 날개가 생기기까지 5개월 가량 걸린다. 이렇게 새몸이 만들어지면 그 때 비로소 산 아래 숲으로 내려온다. 탈태(脫胎)한 독수리를 무시하는 새는 전혀 없고, 그는 계속 숲의 제왕으로 살아간다.

한국호는 지금 새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권력자들 끼리 독점적 특혜를 누리는 `끼리끼리 마피아`를 청소해야 한다. 거짓말도 자꾸하면 습관이 되어서 무엇이 거짓이고 참인지 헷갈리는 것같이 비리도 오래 쌓이다 보면 둔감해져서 부패불감증으로 발전한다.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지만, 부패가 만연하면 그것이 무시된다. 이른바 안전불감증에 걸리게 되고, 이런 적폐가 결국 세월호 참사라는 결과를 낳았다. `나쁜 규제-비리성 로비-불법의 관행화-부패불감증·안전불감증=대형참사`라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독수리가 새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고통과 외로움을 견디는 인내가 필요한 것같이 한국호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도 적지 않은 진통의 시간들이 필요하다.

바로 `세월호와 유병언 게이트`와의 전쟁이다.`유병언왕국`은 `대한민국`과 한판 대결을 벌이려 한다. 국법(國法)과 맞서겠다는 왕국이다. 법무장관은 `유병언 커넥션`을 말했다. “유병언을 비호하는 세력이 도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란 언급이다. 검찰이 항상 뒷북이나 치면서 그를 체포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른데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낡은 부리를 뽑는` 첫 과업을 한국호는 지금 수행하고 있다. 4조원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이 밀항에 성공한 것은 막대한 `도피자금`을 권력 주변에 뿌렸기 때문이다. 유병언의 도피도 그 전례를 따르는 것인가.

따뜻한 정이 흐르는 신문

신문은 감시자, 비판자, 바른길 인도자, 정보제공자의 기능을 해야 하고, 때로는 냉혹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지만, 또 한편 따뜻한 정이 흐르는, 곁에 있으면 믿음직스러운 친구같은 신문이 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앙언론이 지방언론을 지배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는 지방언론의 역할은 더 막중하다. 한 겨울의 솜이불 같은, 무더위 속의 얼음 한 조각 같은, 늘 다정한 말을 걸어주는 친구같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인같은 그런 지역언론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아직 미완성이다. 정치적 자치는 정당공천제라는 덫에 걸려 반쪽이고, 재정자치는 흉내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중앙재정에 매달려 있다. 자치단체장들의 능력이 “얼마나 많은 특별교부세를 받아오느냐”에 달려 있고, 지자체장들은 자존심 접고 `구걸 예산로비`에 나서는 굴욕을 감내한다.

이것이 바로 `가장 가려운 부분`이다. 경북매일신문은 이를 긁어 줄 `효자 손`이 되려고 한다. 중앙이 `돈으로 지방을 조종하는` 재정정책이나, 중앙인맥이 자치단체장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은 문제다.

`지역사업의 연속성과 행정의 일관성`도 중요 과제이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전임자의 업적을 깎아내리고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행태가 나타난다. 그것은 막대한 재정의 낭비를 초래한다. 납세자인 주민들로서는 분개할 일이다. 이를 잘 감시하는 것도 `친구같이 따뜻한 언론`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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