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 일대 상업지구를 일괄 매각하겠다는 계획은 너무 낙관적이었다. 운하만 개통되면 곧장 원매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경기 침체기에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경기는 더 얼어붙었으니 선뜻 대규모 투자에 나설 기업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한정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LH 포항사업단은 일괄매각이 아니라 개별 공개입찰을 하겠다고 했다.
매각 대상 상업지구는 총 28필지, 3만3천㎡인데 휴양시설(숙박) 2필지, 유희시설(워터파크 및 편익시설) 1필지, 특수시설(테마파크 및 편익시설) 1필지, 편익시설(수변상가) 24필지 등이다. 또 구역별로 용도가 특정돼 있어서 편익시설에는 커피숍, 상가, 호프집, 식당 등만 들어갈 수 있고 단란주점 노래방 룸살롱 바 등 유흥시설은 입주할 수 없도록 했다. 관광지에 유흥시설이 없다. 관광지란 다소 흥청거리는 분위기도 있고, 주위에 있는 죽도시장과 함께 전통시장의 분위기도 살려야 제격이다.
그러나 포항시는 당초 `품위`를 너무 강조한 측면이 있다. 포항운하 주변은 생태계 복원케이스여서 포항의 이미지를 제고시켜야 한다며 업종 선정에 경직적이었다. 그러나 품위만 너무 앞세우면 `손님`이 적고, 결국 상업성이 떨어지니 투자자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하나의 좋은 사례가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당초 품위만을 강조해 “대중가수를 무대에 세우지 않는다”는 윈칙을 세웠다. 그렇게 되니 만성적인 적자를 면할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결국 세종문화회관은 `국민가수`라 불리우는 이미자, 조용필, 세시봉 등에 대관(貸館)을 허용해 적자를 메웠다.
포항시는 운하 주변이 유흥 환락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걱정하는데, 그렇게 극단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품위를 유지하면서 다소 흥청거리는 분위기도 만들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다. 지역별 땅값이 차이가 나는데, 운하 주변 목 좋은 곳은 비쌀 것이고 외진곳은 쌀 것이니 외져서 잘 팔리지 않는 부지에 단란주점·바·노래방 등을 입주시키면 될 일이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토론회를 열어볼 만 하다. 그리고 투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