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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月 시인이 남긴 민족정서

등록일 2014-06-30 02:01 게재일 2014-06-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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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으로부터 “북에는 소월(素月), 남에는 목월(木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국민 서정을 오롯이 길어낸 민족시인 박목월 생가가 최근 복원됐다. 초가로 된 안채와 사랑채, 봉숭아가 핀 장독대, 디딜방아간 등이 복원되고, 시 낭송장, 관리동이 섰으며, `나그네`의 배경인 밀밭도 조성됐다. 생가 마당에는 목월의 동상이 섰고, 동상 옆에 목월의 약력을 새긴 바위가 놓여 있다. 관리동에는 여성 해설사가 상주한다.

목월은 1915년 1월6일 경북 경주군 건천읍 모량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건천 수리조합장`이었고, 목월은 출퇴근하는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실려 10리길 건천국민학교에 다녔으며, 목월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도 이 학교를 다녔다. `논개`의 시인 수주(樹州) 변영로의 호 樹자의 변인 木자를 따고 `진달래`의 시인 김소월의 月자를 따 木月이란 아호를 지었다.

“문인은 평생 고향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말이 있다. 작품의 배경은 어쩔 수 없이 고향이라는 뜻이다. 목월의 절창 `나그네`, `청노루`, `윤사월` 등은 바로 생가를 둘러싼 단석산 자락과 그 아래에 펼쳐진 들판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부터 시인의 가슴을 채웠던 그 고향의 정한은 고스란히 작품이 되어서 한국인의 심성을 적셔주고 있다. 어떤 문인은 “한겨울 함박눈이 내리는 창가에 서서 목월의 시를 읊으면, 눈송이들이 문득 하얀 나비가 되어서 훨훨 날아내리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평범한 언어도 목월의 시 속에 들어가면 특별한 생명력이 생긴다”라고 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노을/강나라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나그네) “송화가루 날리는/외딴 봉우리/윤사월 해길다/꾀꼬리 울면/산지기 외딴집/눈 먼 처녀사/문솔주에 귀 대이고/엿듣고 있다”(윤사월) “먼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느릅나무 속잎 트는/열두 구비를/청노루/ 맑은 눈에/도는/구름”(청노루) 등등은 소년 목월의 가슴을 채웠던 고향의 `우물`에서 길어낸 맑은 샘물이다.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등 3명은 작품을 모아 `청록집`을 펴냈는 데, 그 동인지 이름도 `청노루`에서 따왔고, 그의 작품은 중학교 교과서에 여러 편 실렸다. 그는 시전문지 `심상(心像)`을 창간해 지금까지 장남 박 교수가 지켜온다. 문학지의 경영이 최악인 지금까지 교수 월급과 방송 출연료 등을 쏟아부어 유지한다.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굳다.

지역민들이 `심상`을 많이 구독하는 것도 돕는 길이다. 지금 생가터에 밀밭은 만들어져 있는데, 작품을 새긴 시비는 없다. 경주시가 예산을 세워서 보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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