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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편안히 즐길 예술

등록일 2014-09-12 02:01 게재일 2014-09-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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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새 국면을 맞는다. 이우환 작가 본인이 직접 대구에 와서 설명회를 열었다. 대구시는 작가와 유치약정을 체결하고, 두류공원 내에 300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짓고, 100억원으로 미술품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바로 반대론에 직면했다. 400억원이나 들어가고 향후 막대한 유지비가 들어갈 미술관을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데 대한 반감이었고, 이우환은 경남 함안 출신이라 대구와는 연고가 없으며, 미술관 건물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다면 필경 `일본풍`일 것이고, 15개 전시실 가운데 3개는 이우환의 차지이고, 나머지는 `그 친구들` 작품으로 채울 것인데, 그 친구들이란 분명 일본화가들일 것이다.

이우환이 세계적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그의 작품이 세계 미술경매에서 16억여원에 팔리고, 대부분의 작품이 1억수천만원에 경매된다. 그는 서울 미대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일본대학교 철학과를 나왔으며, 화가, 조각가, 미술평론가, 사상가이며, 일본에서 60년대에 시작된 물파(物派)주의 창시자로 알려졌다. 물파란 자연의 물체 물질을 그대로 소재로 사용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우환의 작품에는 천연석이 잘 등장하고, 철판이나 유리판, 방석 같은 가공품과 대비되게 배열한 설치작품이 많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화가들에게는 그의 작품이 `매우 가치 있는`것이겠지만, 일반인들은 주로 “어이 없다”는 소감을 말한다. 작품도 추상적이라 애매하지만 그의 작품론 또한 아리송하다. “나와 타자가 시적으로 악수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이고 예술의 지표다”란 말도 그렇고, “작가는 만리를 여행하고, 만권의 책을 읽고, 만번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린 그림은 사기다”란 언급도 너무 튄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놓고 평론가들이 하는 말들은 더더욱 추상적이다.

그는 지금 일본 다마미대학 교수로 있고, 유럽을 다니며 외국 미술계와 친분을 쌓고 있다. 프랑스 국립미술대학에서 객원교수도 했고,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는 평가도 받으며, 그의 작품 `대화` `관계항`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은 세계경매시장에서 수억원 대에 팔렸다. 그의 작품은 다분히 철학적이다.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의 상호작용, 비어 있는 것과 차 있는 것의 만남, 이우환의 회화는 절대적 존개성을 지니고 있는 장소다”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애매모호하고 독특하고 새롭다 해서 `예술적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비싼 값에 팔렸다 해서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의 호사취미`에 부화뇌동해서도 안된다. 일본풍의 작품과 미술관건물이 대구에 상륙하는 것이 과연 잘 된 일인가. 대중이 편안히 즐길 미술관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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