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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행정에 대한 문책성 감사

등록일 2014-09-19 02:01 게재일 2014-09-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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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역시 힘 있는 기관이다. 대통령과 힘겨루기를 한다. “규제개혁에 적극 임하는 공무원을 감사원 직무감찰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행정규제기본법에 명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그것은 감사원의 기능을 훼손하므로 감사원법에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버틴다. “감사를 면제할 것이 아니라, 감사에서 실수가 발견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의나 중과실` 여부를 판정하는 권한만은 감사원이 가지겠다는 뜻인데, 그러나 그런식으로 해서는 행정규제가 백년하청이라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행정규제는 두가지 이유에 의해서 생긴다. 첫째는 공무원이 `규제권한`이라는 기득권을 지키려하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감사원 감사 무서움증` 때문이다. 섣불리 규제를 풀어주었다가 절차상의 과실 등의 이유로 감사에 걸리면 인사상 불이익이 심하다. 일반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력하니 `규제권한 내려놓기` 시늉이라도 하는데, 감사원은 워낙 힘 있는 기관이고 자존심도 강해서 `절충안`을 내놓으며 버티기를 한다.

이렇게 대통령의 엄령이 먹히지 않자 이번에는 집권당이 나서서 감사원과 대결을 벌인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규제개혁 분과(위원장 김광림)는 최근 행정규제기본법을 폐기하는 대신 그 내용을 담은 `국민행복과 일자리 창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긴 이름의 법안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감사원이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질타한 후의 일이다. “감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공무원을 위축시키니, 아예 법으로 대못을 박아놓겠다”는 것이 여당의 생각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규제를 유지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없는 경우 모두 철폐하겠다는 자세로 규제개혁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잘 되고 있는 직업군이 우리나라에서는 안 된다. 행정부처들의 보신주의 때문이다.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고, 문책당할 여지가 있는 것은 불허(不許)하는 소극행정 탓이다. 1인 관광안내자를 허용하는 `투어버디`도 거부되고, 손으로 허리·어깨의 통증을 치료하는 `척추교정사`도 안 되고, `개인 물리치료사`직업도 불허되고,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컨설턴트`도 허용되지 않는다. 일자리를 엄청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직업군들이 보신행정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 걸려 문책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푸는 적극적인 행정을 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아예 감사를 하지 않는 법규가 있어야 행정기관들이 두려움 없이 규제를 풀고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낼 것이다. 오히려 감사의 칼날은 소극·보신행정을 겨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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