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서 만든 도심의 실개천인데, 평범한 거리로 변해버린다면 이것은 분명 예산낭비다. 한때는 “들인 돈보다 거둔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를 받으며, “효율적 공공사업의 한 사례”라 했던 것이 공무원들의 나태와 몰지각한 시민들 때문에 `예산낭비`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성이 추락된 것은 실로 포항의 수치다. `자랑`이 `수치`로 타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상주시는 2012년 80여억 원을 들여 낙동면 분황리 축산폐수처리장에 1천490㎡ 규모의 하수 슬러지처리시설을 준공했는데, 지독한 악취와 화재위험 때문에 2년 반이나 가동중단상태에 있다. 한국하이테크의 탄화공법으로 시공한 이 시설은 전국에 8곳 있는데, 3곳은 말썽이 없으나 5곳은 완전 중단 혹은 잦은 중단 상태라 한다. 그런데 처리공법의 잘못인지, 기술적인 문제인지, 또 다른 어떤 하자가 있는지,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상주시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현장조사를 하고, 다른 지역 견학도 갔지만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 80여 억원이라는 예산이 헛되이 날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는데, 용의주도하지 못한 행정에 대한 문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책임 행정이 줄어들 것이고, `실적 쌓기용`밀어붙이기식 행정도 사라질 것이다. 국민혈세를 무섭게 여기지 않는 관행은 반드시 불식해야 한다.
대구시 북구 무태교 아래에 조성된 에스파스 공원은 2007년 대구시·대구YMCA·대구도시개발공사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만들어졌는데, 인공습지, 논 밭, 연못, 정자와 쉼터, 각종 조형물들을 설치했다. 그리고 노숙인·노인·장애인들에게 관리를 맡기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고,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아 5년간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국비 보조금 14억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는 과정에 서류조작 의혹이 있다해서 인증을 취소당하고, 지원금도 끊기면서 공원은 황폐화되기 시작했으며, 2년여 지나는 동안 흉물로 변해간다. 막대한 국민혈세가 낭비되는데, 책임 질 주체가 없다니 말이 되는가. 감사원은 왜 이런 곳을 감사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