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국회 산업통상위 길정우(새누리당) 의원에 제출한 `전통시장 지원 세부 내역`을 바탕으로 한 언론사가 실사를 해본 결과 “돈이 헛 새는 경우가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들여서 지은 시설이 사용되지 않고, 이미 주차장이 있는데 또 짓겠다고 돈을 타낸 경우도 있고, 시설이 시장에 도움이 될지 여부 조차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퍼준 예도 있었다.
경주시 성동시장의 경우, 2009년 1억3천만원을 받아 62㎡크기의 화장실을 지었는데, 한 건설업자는 “6천만원이면 충분히 지을 화장실이고, 대리석을 발라 초호화판으로 지어도 1억원 이상 들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구시 남구 관문시장은 화장실을 만든다며 5억원을 받아 총면적 114㎡의 2층집을 지었다. `2층화장실`이라는 기상천외한 건물인데, 사실 2층은 사무실이었다. 화장실 하나 짓는데 5억원이 들 리 만무한데, 정부는 “달라는 대로 주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돈이 남아돌아 사무실까지 만든 것이다.
국고지원금이 나갈때는 `전통시장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신청하면, 정부가 현장 실사를 한 뒤 최종 결정`을 하는 절차를 반드시 밟게 돼 있다. 그러나 그게 규정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2002년부터 지난 13년간 국민세금 3조3400억원이 전통시장 지원자금으로 투입됐지만, 심사가 규정대로 되지 않았음이 도처에서 발견된 것이다.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의 경우, 2006~2008년 58억원을 받아 241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타워를 지어놨는데, 2009~2010년 다시 “주차장을 짓겠다”며 73억원을 받아낸 후 그 돈으로 땅을 사들여 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니 돈은 들였는데 효과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맹점·허점이 많은 것은 `선거`때문이다. 시장에는 `표`가 많으니, 지자체장은 상인회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 또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이 단골로 누비는 곳이 전통시장이며, 대통령도 가끔 쇼핑 차 찾아오니 상인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규정대로 꼼꼼히 사전 사후 실사를 해서 지원금을 거절하거나 문책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포퓰리즘 때문에 나라살림이 거덜난 유럽의 사례를 거울 삼지 않으면 우리도 그런 재앙을 당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