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글문화연대가 17개 정부부처와 국회, 대법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3천여건을 분석해 본 결과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경우가 많고, 그 중에서 산업통상부가 가장 심하다고 했다. 외국을 상대로 무역하는 부서여서 그렇겠지만 `제 나라말의 자긍심`까지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아무리 국제화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자국어의 정체성까지 저버릴 수는 없다.
근래 들어 탈북자들이 급증하고 그들이 자립하려는 의지는 강한데,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언어장벽 때문에 취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단 반세기가 넘는 동안 언어의 분단 또한 위험수위에 다달았다. 북한의 `문화어`는 우리의 `표준어`와 많이 다르고, `북한말 사전`을 따로 만들어야 할 형편이다. 엇비슷한 것도 많지만 전혀 다른 것도 적지 않다. TV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금방 탈북한 사람들`의 말을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는 지경이다. 탈북자들은 `외국어 공부하듯`한국말을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 공부가 생경하다고 한다.
종이박스를 지함이라 하고, 머리 좋다는 말을 골좋다고 한다. 북한에도 러시아말과 일본어가 많이 영향을 미치고, 어릴 때부터 전투적 호전적 놀이를 많이 가르쳐서 언어에도 살벌한 표현이 많다. `원쑤의 각뜨기 놀이` `미제 승냥이 때려죽이기 놀이` 같은 것을 가르치니 자연 언어가 거칠어지고, TV에서도 남한을 비난할 때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 험구 쌍욕`을 남발하는 것도 어릴때부터의 학습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고운말 쓰기, 순한 말 쓰기` 학습을 시키지만 북한은 전혀 다르다.
언어의 접근은 통일준비의 첫걸음이다. 도시락은 곽밥, 주먹밥은 쥐기밥, 원피스는 달린옷, 투피스는 나뉜옷, 스킨은 살결물, 로션은 물크림, 노크는 손기척, 가축은 집짐승, 해열제는 열내림약, 운동화는 천신, 장모는 가시어머니, 들창코는 발딱코, 합병증은 따라난병, 주차장은 차마당, 과거는 어젯날, 가로수는 거리나무, 각선미는 다리매, 문장은 글토막, 분유는 가루젖, 파마머리는 볶음머리 등등, 북한말에도 재미 있는 표현이 많다. 재미 삼아 익혀두면 그것도 좋은 통일준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