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객(政客)들에 대한 신망이 바닥권으로 떨어진 요즘 그래도 민심을 잡아보려고 노력하는 정치인들도 더러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 자서전을 정가로 판매하는 방안`을 내놓자,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김문수 위원장은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당헌 당규를 고치고, 야당과 협의해서 국회법까지 고쳐버리자고 했다. 혁신위는 또 국회 본회의에서 그동안 무기명 투표로 해왔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과 석방동의안을 기명투표로 바꿔서 `누가 반대하고 찬성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현행 `72시간 내에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폐기`되는 규정을 고쳐 `72시간이 지나면 자동가결 된 것`으로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그런 대책이라도 낸 것은 획기적이다. 김문수 위원장의 성품은 잘 알려져 있으니, 결코 `보여주기식`은 아닐 것이다. “이따위 국회 해산하라!” “국회가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국민혈세가 너무나 아깝다”란 아우성이 빗발치는 현실에서 이만한 결단이라도 보여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거때 마다 여야 공히 특권 내려놓기 공약을 해왔는데, 이번만은 말뿐인 공염불이 아니리라 믿는다.
국회가 변화를 보이니, 경북도의회에도 변화바람이 보인다. 최근 의원 60명과 사무처 직원들이 의원총회를 열고 “앞으로 도민에게 신뢰받는 의회로 거듭나고 도의회의 실질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의정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것”을 결의했다. 지방의회의 결의란 것이 늘 그렇고 그랬지만, 이번만은 각오가 달라보인다.
최경준 도의원(경주)는 최근 5분발언을 통해 원자력해체연구센터 입지에 관한 적절한 의견을 제시했다. “경쟁력 있고, 가능성이 높은 시·군에 유치될 수 있도록 도 차원에서 결단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도내 여러 시군이 제각각 유치경쟁을 벌일 경우 결집력이 떨어지고 적전(敵前)분열이 될 수밖에 없으니, 유력한 후보자 한 곳을 정해 총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지금 경남 기장군은 부산과 연합하고 울산의 동조까지 얻어 가장 먼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경북도가 이렇게 사분오열되어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지 경주기 밀릴 수 있다.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황이주)는 `경북도 할배 할매의 날 조례`를 통과시켰다. 세대간 소통, 가족관계 증진 사업, 공모전·박람회·공연 관람 등 문화체험으로 노인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해소시켜주는 사업을 주로 할 것이라 한다. 이칠구 포항시의회 의장은 극비리에 장모상을 치러 `공직자가 개인의 일로 주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공직사회가 이렇게 차츰 변화해 나가면 조만간 국민의 원성에서 벗어나리라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