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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이 아이들 장난이냐

등록일 2014-10-15 02:01 게재일 2014-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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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2035년까지 전력설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6%에서 29%로 늘린다”는 2차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향후 5~7기의 원전을 더 짓기로 했다. 그래서 정부는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원전 건설 신청을 받았고, 삼척과 영덕을 선정 발표했다. 삼척시는 김대수 시장 시절 원전 건설 예정지로 지정 고시됐으나, 올해 지방선거에서 원전 철회를 공약한 김양호 시장이 당선되면서 주민투표로 이어졌고, 투표율 67.9%에 투표자의 85%가 반대했다.

국가에너지정책이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자치단체장이 바뀔때 마다 뒤틀려지는 나라가 어디 있나. 유치신청을 낸 마음은 무엇이고, 철회하자는 것은 또 뭔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지정된 것을 다시 주민투표로 무산시키면, 정책의 일관성은 사라지고, 국정에 대한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만약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그대로 받아들여져서 원전 지정이 철회된다면, 소신 있게 정책을 수행한 정책담당자는 맥이 풀린다. 준비과정에 투입됐던 행정력은 고스란히 헛수고가 되고, 그동안 들였던 국민혈세는 헛돈 쓴 것이 된다.

지금 국정감사 중인데, 국회라도 중심을 잡으면 다행이겠으나, 정치인들이란 본래 `표눈치`나 보는 사람들이라 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느쪽 편을 드는 것이 유리하냐 눈치를 살피다가 표가 더 나올 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정부와 손을 맞잡고 국가정책을 밀어나가야 할 여당 의원들까지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주민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소리를 한다. 찬성의견보다 반대의견이 많다 보니 그런 인기영합성 발언을 하는 것이고, 국가의 장래에 대한 걱정은 아예 계산에 없다.

삼척시의 불똥이 영덕군 쪽에 떨어질 조짐이다. 함께 원전 지정지로 고시된 곳이다. 그런데 지난달 말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영덕군지회가 원전유치 철회와 관련해 주민투표를 하자고 군의회에 청원했고, 이강석 군의장은 “영덕 원전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다. 원전이 들어설 장소가 영덕의 중심지여서 관광도시 이미지에 손해를 입히고, 영덕 송이 등 농수산물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천지원전추진운영위원회 김영규 위원장의 소신은 뚜렷하다. 그는 “환경단체와 주민 일부가 반대하지만, 천지원전 후보지 인근 주민들은 거의 다 찬성한다”면서, 1960~1980년대 12만6천여명이던 영덕 인구가 현재 4만여명으로 줄었고, 이를 극복하려면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원전 유치는 고용창출은 물론 경기활성화와 인구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당초의 결정대로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잘 추진돼가던 국책사업이 난데 없는 주민투표로 무산되는, 합법성이 의심되는, 그런 실익 없는 소모전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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