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맨체스터와 독일의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 때 철저히 파괴됐던 도시고, 영국 셰필드는 제강업이 번성한 대표적 중공업도시였지만, 한국과 일본 등 철강 후발 국가들에 밀려 몰락했다. 외부적 공격에 의해 서리를 맞은 도시들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그에 비해 포항시는 그런 수난의 역사는 없다. 다만, 철강산업이 사양산업화되고 있으니, 미래에 대비하자는 것이므로 한결 여유롭기는 하다.
AP포럼 일행이 돌아본 3개 도시는 `천문학적 투자`에 의해 부활된 경우이다. 맨체스터는 2차대전때 철저히 파괴됐고, 설상가상으로 파산기업을 국유화하는 바람에 `영국병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하계올림픽을 두 차례 유치하면서 대대적인 개발사업을 벌였고, 대학과 과학단지와 연합해 민·관·산·학이 협력해서 오늘날 런던 다음 가는 도시로 변모시켰다. 정부투자와 협업이 이룬 결과이다.
독일 드레스덴은 천문학적 정부투자로 회생시킨 도시이다. 2차대전때 90%가 파괴됐고, 통일후 1조2천400억 유로를 퍼부었다. 한국 돈으로 1천670조 원이나 된다.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을 투입해서 주로 만든 것이 각종 연구소였다. 막스프랭크연구소, 프라운호퍼연구소, 라이프니츠연구소, 헬름홀츠연구소 등이고,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학협업이 이뤄지면서 도시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을 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만 포기하면 대규모 투자를 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었다.
김용민 포스텍 총장은 “셰필드시를 포항시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도시는 1994년 문화산업지구로 지정되고, 셰필드대학과 할람대학이 산업체와 산학협동체제를 구축했고, 제조업체와 도시디자인을 연계해 새로운 산업을 창조했던 것이다. 포항시는 한때 테라노바(새로운 도시)·문화예술이 꽃피는 도시를 표방했다. 해병대의 도시, 철강도시 같은 딱딱한 이미지를 문화예술로 중화시켜보자는 뜻이었다. 포항에는 4세대 가속기가 있으니 산학협력을 이룰 바탕이 돼 있고, 영일만이 있어서 해양스포츠를 발전시킬 조건이 갖춰져 있고, 교통이 점점 발달하고 기업유치가 활발하니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예술을 꽃피울 여지도 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포항시는 큰 파동 없이 순조롭게 `다양성의 문화도시`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