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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불빛축제에 대한 반성

등록일 2014-10-17 02:01 게재일 2014-10-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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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 마다 불빛축제를 벌인다. 불꽃축제들이 대부분 바다나 강을 배경으로 하는데, 섬나라의 경우에는 도시야경을 배경으로 한다. 문화유적을 배경으로 하는 나라도 있는데, 이것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들이 자랑삼아 하는 일이다. 미국 뉴욕은 뉴욕항과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배경으로 하고, 프랑스는 에펠탑과 센강과 미라보다리 등을 배경으로 하고, 섬나라인 마데이라제도는 수도의 야경을 배경으로 높은 곳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시드니는 별로 볼만한 유물유적이 없지만 유일하게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마이애미나 싱가포르도 배경이 마땅치 않아 그저 평범한 불꽃을 보여줄 뿐이다. 홍콩은 현대식 건축물을 가진 도시가 배경이고, 대만에는 101빌딩, 일본에는 일본타워가 있다.

오랜 역사와 종교적 전통을 가진 러시아는 크렘린궁과 붉은 광장을 가진 모스크바가 배경인데, 중세시절의 건축물들이 한 몫을 한다. 역사와 전통은 역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해서 러시아나 중국의 불꽃은 그 장엄미가 대단하다. 그런 전통이 없는 일본은 아기자기한 맛이 특징이고, 벚꽃이나 국화를 형상화한 것이 볼만하다.

쏘아올리는 불꽃의 형상은 대동소이해서 한 두 번 보면 그게 그것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몇번을 봐도 물리지 않고 늘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도 있는데, 바로 영국 런던의 불꽃이다.

영국은 테임즈강 주변의 역사유적과 조형물들을 배경으로 불꽃을 쏘아올린다. 런던타워가 있고, 런던브릿지가 있고, 국회의사당이 있으며, 그리니치천문대의 세계 표준시계를 상징하는 거대한 바퀴모양의 시계조형물이 있다. 영국의 랜드마크가 모여 있는 곳에서 벌이는 축제여서 볼거리가 풍성하기도 하지만, 불꽃의 형상이 장엄하고 다양하다.

지금은 비록 `노쇠한 영국`이란 소리도 듣지만, 불꽃축제를 보면 영국의 영광은 시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감옥이었던 런던타워는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유토피아`의 작가 토마스 무어, 헨리8세의 두 아내 등이 이 곳에 갇혀 감옥살이를 했다. 국회의사당은 의회민주주의 상징이고, 런런브릿지는 탁월한 조형미로 유명하다.

포항불빛축제에 대한 평가용역 보고회가 있었는데, 주로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바가지상혼과 주차문제가 거론되었다. 항상 지적돼온 문제점이다. 내용에 대한 개선방안이 없는 것은 서운하다. 식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배경`과 `다양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포항의 상징이 될만한 랜드마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포스코 야경과 바다만을 배경으로 하다가는 조만간 식상해질 것이다. 서울은 63빌딩, 부산은 광안대교가 불꽃놀이의 배경이다. 포항에는 그만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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