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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다 지혜를 얻는 독서

등록일 2014-10-28 02:01 게재일 2014-10-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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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현자를 찾아왔다. “이 아이는 일찍 글을 배워서 열심히 책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 아이는 장차 뭣이 되겠습니까” 부인은 큰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현자가 말했다. “장차 바보가 되겠군요. 책만 읽고 생각을 못했으니” `지식의 반감기`라는 말도 있지만, 책속의 지식은 `유효기간`이 있다. 하지만 지식은 유한해도 지혜는 무한하다.

노자(子)도 일찍 `지식의 반감기`를 설파했다. 글방에 앉아서 글만 읽는 것은 `오래 전에 죽은 옛사람의 뼈를 고아먹는 짓”이라 했다. 별 소용 없는 지식으로 머리를 피곤하게 하는 바보들이란 뜻이다. 어느날 노자가 밭을 갈고 있는데, 공자의 제자가 와서 자기 스승 자랑을 늘어놓았다. 노자가 물었다. “그 사람은 무엇을 압니까”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분입니다” “그 사람 농사를 지을 줄 압니까” “농사 같은 것 지을 분이 아니지요” “풀 한 포기 뽑아보지 않은 사람이 알면 무엇을 알겠습니까. 공연한 수고 말고 나하고 농사를 지읍시다” `子`에 나오는 우화다.

루소의 `에밀`도 비슷한 교육론이다. 중세 수도원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판에 박힌 낡은 것이고, 유용한 지식은 실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얻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도 낡은 지식을 주워 모아놓은 책을 찢어버리라 했다. 쓸모 없는 지식만 잔뜩 써놓은 책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사는 교실을 떠나 현장을 다니며 학생들에게 `산 지식`을 가르쳤다. 그러나 사회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교사를 내쫓는다. `에밀`도 한동안 금서가 됐었다. 조선시대에 `노자·장자`는 기피학문이었다.

책이 점점 밀려나는 시대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간도서 발행 부수가 2007년에 1억3천200만 부였으나, 올해는 8천600여만 부로 줄었다. 젊은이나 노인이나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지식을 얻으니 책이란 것이 별로 필요 없다. 정보와 지식을 얻는 수단이 이제 책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책은 여전히 인간에게 필요하다. 지혜를 얻는 수단은 여전히 책이기 때문이다. 사서삼경, 바이블, 코란, 팔만대장경, 노자 장자, 한비자, 맹자, 손자병법 등 고전들은 모두 `지혜`가 가득 담긴 `책`이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지식을 얻은 후 철학과에서 인문학 소양을 길렀다. 마크 저커버그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얻고, 상상력을 길러낼 방법과 지혜를 얻을 방법은 인문학 독서밖에 없다는 것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함 없는 진리다. `지식·정보`는 필요할 때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지혜·통찰력`은 인문고전에서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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