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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국정동반자` 되려면

등록일 2014-11-03 02:01 게재일 2014-1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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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성숙된 모습을 보인다. 식물국회니, 뇌성마비국회니, 갖은 욕을 다 먹다가 끝내 “이 따위 국회 해산시켜라!” “국회가 나라를 망친다”란 극언까지 듣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여준 여야당 간의 태도가 전과는 달라졌다. 정치권이 과거와 같은 극한대립을 피하려는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양당 대표가 같은 날 연설을 한 것이나, 상대당 대표가 연설을 할 때 야유와 삿대질이 없었던 것도 이례적이고, 자리를 떠거나, 옆자리 의원과 잡담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보거나 문자를 날리는 의원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자중하는 모습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의 이상은 좋으나 현실적으로는 국회가 마비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발언에도 야당 쪽은 조용했다. 새정련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비위를 긁는` 대목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웃어 넘겼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당 대표가 `고통분담`을 호소한 것에 대해서도 문 위원장은 “여당이 할 얘기를 한 것”이라 했다.

지금 국민적 관심의 촛점이 공무원 연금 개혁이다. 공직자를 빼고는 대부분의 국민이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음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공무원 자신이 만든 공무원 연금`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DJ정권과 노무현정권 때에도 개혁을 시도했지만, 반발에 부딪히자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인기영합적 정치`와는 거리가 있고, `인기 없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입장에 서 있다. 그래서 이 일만은 반드시 국민의 뜻에 맞고 국가의 미래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마무리지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련 문희상 위원장은 퍽 어정쩡한 대안을 내놓았다. 국회연설에서 “관련 당사자와 미래를 내다보는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한 해결이라는 추상적인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관련 당사자`와 타협을 할 사항이던가. DJ·노무현정권때 실패한 것이 바로 `관련 당사자`와의 타협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그 실패의 전철을 또 밟겠다는 것인가. DJ정부때 보험료를 월 급여의 7.5% 떼던 것을 9%로 올리려 하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연금 지급액 부족분을 세금에서 메워주기로 했고, 그것이 매년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공무원 연금 지급에 들어가게 된 단초가 됐다.

국가장래야 어떻게 되든 우선 당장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려는 무사안일주의 정치가 문제다. 정부·여당은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으니,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펴야 한다. 책임감 없는 야당과는 다르다. 모처럼 정치권이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지금, 야당도 국정동반자로서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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